“택시업계 4개 단체가 당정의 28일 사전협의에 참석하겠다고 합의한 상태에서 돌연 반대성명을 발표해 당황했습니다. 알고보니 택시회사측의 이익단체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3개단체의 동의도 없이 공동성명을 냈더라구요.”(정부 관계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가 카풀 사태 문제 해결을 위해 택시업계와의 사전협의를 앞둔 가운데 택시회사측의 대표단체가 돌연 협상자체에 어깃장을 놓고 있어 당사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8일 국회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정은 이날 전국택시노동조합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업계 4개단체, 카카오 카풀업체인 카카오 모빌리티 측과 함께 카풀사태 문제의 해법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당정은 이 자리에서 택시기사의 전면 월급제를 법·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법인택시의 사납금제 개선방안 등도 논의하기로 했다. 여기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시한 ‘우버 시스템’을 통해 사실상 합승을 허용하는 서비스 도입방안도 포함된다.
문제는 4개 택시단체가 28일 협의를 불과 이틀 앞둔 26일 “카카오 카풀 서비스 중단 없이는 사회적 대타협 참여는 없다”며 협의불참 성명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하지만 협의성사를 위해 4개 단체와 재접촉한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은 더 큰 당혹감에 빠졌다. 4개 단체 중 3곳에서 이 같은 성명의 발표 자체를 모르거나 ‘불참’성명에 참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확인해보니 이 같은 반대성명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나머지 단체의 동의없이 발표한 것”이라며 “시민들의 편의와 택시기사들의 이익향상을 위해 협의테이블을 어렵게 마련했는데 사실상 다른 단체의 명의를 협의없이 포함시키면서까지 논의 자체를 무산시키는 의도가 궁금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택시업계와 교통전문가들은 유독 택시회사를 대표하는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협의 무산을 주도하는 이유로 ‘사납금제’ 개편 논의를 지목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앞서 여의도에서 분신한 택시기사는 유서에서 카풀앱과 함께 택시 사납금제 폐지를 주장했지만 정작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여론을 주도하면서 사납금제는 논외가 된 상황”이라고 했다. 사납금제 개편을 통한 임금개선은 당장 택시기사에겐 유리하지만 회사측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자신과 이해관계가 다른 택시기사대표 노조와 개인택시 대표 등이 당정과 사납금제를 논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사실상 공동성명을 논의없이 이용해 협의 자체를 막으려 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27일 3개단체 대표 등과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4개 택시단체는 결국 당정과의 협상테이블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상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협의는 카풀업체까지 협상테이블에 나와 모든 것을 열고 생산적인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택시단체 대표들이 보호해야할 택시기사들의 이익을 한번이라도 생각한다면 협상테이블에서 실익을 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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