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찬바람 불자… 생산도 투자도 꽁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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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생산 0.7% 투자 5.1%↓… 반도체 출하 10년만에 최대 감소
현재-미래 경기 보여주는 지표, 14년만에 6개월연속 동반 악화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서 생산과 투자가 동반 부진에 빠졌다.

현 경기를 보여주거나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2가지 지표가 2004년 카드 사태 이후 14년 만에 6개월 연속 동반 하락하면서 경기 하강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28일 내놓은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산업생산은 10월보다 0.7%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5.1% 줄었다.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함께 줄어든 것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는 반도체 분야의 부진과 연관돼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그 여파로 기업이 설비를 별로 늘리지 않고 공장을 잘 돌리지 않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올 4분기(10∼12월) D램 평균 판매가격이 3분기(7∼9월)보다 8% 떨어지고 내년에는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전망에 따라 반도체 장비가 포함된 특수산업용기계 분야의 투자 증가율은 10월 ―10.1%를 나타낸 데 이어 11월에도 ―9.4%의 하락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 같은 예외적인 투자 증가가 있었던 9월(35.7%) 등 일부 시기를 제외하곤 올 들어 매달 10% 안팎의 하락세다.

설비투자가 줄면서 생산과 출하량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생산은 10월에 비해 5.2% 줄었다. 반도체 출하량은 전월보다 16.3% 감소했다. 이 같은 출하량 감소 폭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반도체 불황이 불어닥친 2008년 12월(―18%) 이후 가장 큰 것이다. 구글 아마존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 이후 투자를 줄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 중 일부가 설비투자 시기를 늦추고 있다.

▼경기지표 메르스-사드 때보다 긴 하락세▼

생산-투자 동반부진


내년 이후 반도체 경기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 더 문제다. 올해 9월까지만 해도 40%대에 이르던 메모리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0월에 26.5%로 꺾인 뒤 지난달에는 20% 선이 깨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시점이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산업 분야의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통신·방송장비(―14.4%), 석유정제(―3.1%), 자동차(―2.3%)도 생산이 일제히 줄었다.

현재와 미래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동시에 경고음을 내고 있다. 현재 경기 상태를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8개월 연속 하락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사드 배치 등 대형 악재가 겹쳤던 2015년 11월∼2016년 4월에 6개월 연속 하락한 것보다 긴 기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6개월째 감소세다.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지표가 동시에 6개월 이상 하락한 것은 2004년 5∼10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12월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전월보다 2포인트 내린 72에 그쳤다. 이 같은 체감경기는 2016년 10월(71)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종=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반도체#투자#부진#출하량 감소#반도체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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