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벤처캐피털 자부심이 최고의 자산”

[투자 고수의 한 수]김지원 아주IB투자 대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본사에서 만난 김지원 아주IB투자 대표는 “실적 변동성이 심한 다른 회사와 달리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국내 최초의 벤처캐피털 회사라는 자부심이 최고의 자산입니다.”

이달 중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난 김지원 아주IB투자 대표(51)는 “(우리 회사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100% 출자해 1974년 9월 설립한 이후 1조2000억 원의 자금을 중소·벤처기업에 공급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벤처캐피털은 기술력은 있으나 경영 기반이 약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기 어려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자본을 말한다. 세계적인 기업인 애플과 구글 역시 초기 벤처캐피털의 도움을 얻어 성장 기반을 쌓았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의 독특한 기업문화도 이런 자부심에서 비롯됐다”고 덧붙였다. 아주IB는 투자심사역을 자체적으로 길러내는 문화를 고수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투자심사역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연간 1인당 평균 1000만 원 이상을 교육비로 투자한다. 기술력이 뛰어난 초기 단계의 유망 기업을 발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투자심사역은 벤처캐피털 회사의 핵심 인재라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연세대 경영학과 85학번인 그는 졸업 후 리스업체에 다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아주IB로 옮겼다. 김응석 미래에셋벤처투자 대표,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과 함께 벤처캐피털 2세대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김 대표는 벤처 투자의 매력으로 “투자 대상 회사의 성장을 보면서 느끼는 보람”을 꼽았다. 그가 발굴한 대표적 기업은 바이오의약품 업체 휴젤㈜. 그는 2008년 얼굴 주름 제거 주사제 보툴리눔 독소 제제(일명 보톡스)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던 휴젤을 발굴해 3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김 대표는 투자 이후에도 휴젤의 사외이사로 참여해 함께 경영 전략을 짜고 판매 자회사 설립 아이디어를 내는 등 휴젤의 성장을 지원했다. 아주IB는 2012년 상당한 수익을 남기고 투자 지분을 매각했지만 휴젤은 이후 성장을 거듭했다. 2008년 투자 당시 300억 원이던 기업 가치가 2015년 코스닥 상장 이후 한때 시가총액이 3조 원을 넘기도 했다.

벤처 투자에서 항상 성공만 있는 건 아니다. 김 대표 역시 “많은 벤처기업에 투자하면서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투자한 회사가 망해 투자 금액을 전부 날릴 수 있다는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투자심사역이 겪는 스트레스는 보통 사람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5년 최고경영자(CEO)가 됐지만 여전히 투자 대상 기업 발굴에 힘쓰고 있다. 또 그가 선택한 회사라고 해서 무조건 투자할 수 없도록 시스템도 만들었다. 자신을 포함한 사내 인사 5명으로 투자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만장일치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도록 만든 것.

김 대표는 2013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한 미국사무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본부가 밀집된 이곳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 것은 국내에서 아주IB가 처음이다. 그는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바이오산업의 미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며 “아직 성과를 언급하기엔 이르지만 현재까지 14개 기업에 투자해 이 중 9개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한 만큼 만족스러운 수익률이 예상된다”며 뿌듯해했다.

김 대표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사업도 지금보다 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경영참여형 PEF는 연기금이나 금융기관 등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후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김 대표는 “벤처캐피털 사업에서 발굴한 기업이 상장 이후 대규모 시설투자를 하거나 인수합병을 할 때 PEF로 참여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를 수익 관리 전문경영자로 높이 평가한다. 그가 CEO로 취임한 2015년 141억 원을 기록한 영업이익은 2016년 152억 원, 2017년 163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익 변동성이 큰 벤처캐피털 업계에선 드문 일이다. 운용자산 규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실적 예측 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벤처기업 투자땐 산업트렌드 변화 꼭 지켜봐야▼

일반인들도 벤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중소 벤처기업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벤처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털 회사 가운데 상장 회사 주식을 사는 것도 간접적인 투자 방법이다. 또 올 4월 정부가 벤처·중소기업 활성화 등을 위해 도입한 코스닥벤처펀드에 가입하면 300만 원 한도에서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일정 기간 이내에 펀드 자산의 15% 이상을 벤처기업 신주에, 35%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펀드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 증시 상승 등으로 출시 3개월 만에 3조 원 가까이 자금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개인이 비상장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창업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모임인 에인절투자조합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면 된다. 3000만 원 이하 투자금에 대해서는 100%, 5000만 원 초과 투자금에 대해서는 30%의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에인절 투자 규모는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과 2011년에 200억∼300억 원으로 줄었던 벤처 투자액이 올해 들어선 4000억 원 규모로 커졌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반드시 자기 책임 원칙하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벤처기업 투자는 속성상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 부소장은 “벤처기업은 현재보다 미래 기업가치가 훨씬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하게 된다”며 “하지만 산업 트렌드가 어떻게 변할지 항상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