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 등 재테크 전문가 12명은 새해 투자 전략의 키워드로 ‘안전’과 ‘신중함’을 꼽았다.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미중 무역 갈등 등 각종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시기별로는 상반기(1∼6월)보다 하반기(7∼12월)가 더 투자하기에 좋은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종목으로는 주식(펀드), 예·적금보다는 국내외 채권과 금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12명의 전문가는 올해 본격적인 투자 시점을 연초보다는 하반기로 잡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인 미중 간의 무역 전쟁이 어떻게 결론 날지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미국의 성장 속도가 계속해서 둔화되는 점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이 같은 문제들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 기조를 바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다는 신호가 나오면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다시 몰려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중 무역 전쟁의 완화, 국제 유가의 상승, 달러 가치의 안정화 등 호재가 나타나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코스피는 지난해 말 2,000 선 초반까지 떨어지며 약세를 보인 만큼 더 떨어지기보다는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지난해 강세를 보였던 반도체와 바이오 업종 투자는 주의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앤스트래티지본부장은 “반도체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감소했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바이오 업종 주가도 기업 가치보다 고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주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불경기라도 꾸준히 실적이 나오는 통신업종과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조선, 자동차 산업 관련 종목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금, 채권 등 안전자산에 관심 가져볼 만
금 가격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금값은 1g당 4만597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한 달 사이 3.8% 올랐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가시화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김미선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장은 “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기 침체기에 투자 상품으로서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며 “금값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투자 자금이 몰리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적립식 투자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달러화는 하반기로 갈수록 약세로 돌아설 확률이 높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멈추고 경기 둔화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는 유로화와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중장기 국내 국공채를 포함한 채권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기는 어려운 만큼 국내 시장금리는 유지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채권 가격은 변동이 없거나 상승하기 때문에 채권 투자의 안정성이 부각될 수 있다. 임은순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압구정PB센터 팀장은 “채권형 펀드도 괜찮지만 여력이 되면 국공채나 회사채에 직접 투자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은행들이 2%대 예·적금 상품을 내놓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다시 예·적금 비중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많은 만큼 예·적금에 과도하게 많은 돈을 묶어 둘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정우성 신한은행 신한PWM분당센터 PB팀장은 “예·적금에 넣어 뒀더라도 언제든 깨서 더 좋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