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文을 위해’ 정무적 판단?…2017년 그날 엇갈린 주장들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2일 19시 53분


2017년 국채 추가발행 계획 어떻게 수정됐나
“文 정권 부담 안주려” vs “시장 여건 고려한 조치”


차영환 전 청와대 비서관이 국채발행 계획 보도자료 취소를 요구하는 등 외압을 넣었다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추가 폭로가 나오면서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개입설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기재부는 적자국채 추가발행이 결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국채 환매(바이백) 계획 취소도 치열한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신 전 사무관은 국채 추가발행 의사결정 과정에서 김동연 전 부총리의 지시가 있었고 청와대의 외압도 있었다고 반박해 서로 간의 진실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연이은 폭로에 기재부는 KT&G 문건 및 적자국채 발행 의사결정 과정 유출 혐의로 신 전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에 신 전 사무관도 검찰 조사과정에서 추가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바이백 취소 전날 수출입銀에서 무슨 일이?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배경은 조규홍 기재부 차관보가 김 전 부총리에게 국채 발행계획을 보고한 2017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차관보는 2017년 11월13일 미발행 국채 8조7000억원 중 일부를 추가 발행하는 내용의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당해 기재부는 국회로부터 28조7000억원의 적자국채 발행 한도를 승인받았지만 세금이 예상보다 20조원 이상 걷히면서 20조원의 국채만 발행하고 나머지 8조7000억원은 발행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이유로 기재부는 국채 미발행분으로 기존에 발행한 국채를 조기 상환해 국가 부채를 줄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조 차관보는 다음날인 11월14일 김 전 부총리에게 8조7000억원이 아닌 4조원 정도의 국채 추가발행 여력이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김 전 부총리는 조 차관보의 보고를 받고 “정무적 판단이 안 되느냐”며 심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발행 규모가 8조7000억원이 아닌 4조원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신 전 사무관에 따르면 김 전 부총리는 정권 말이 되면 재정 역할이 커져 자금을 최대한 비축해 둬야 한다는 취지로 ‘정무적 판단’을 언급했다. 국채 발행을 줄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이 줄어드는데 2017년 채무비율이 개선되면 향후 정권에 부담이 간다는 것도 김 전 부총리의 발언 취지로 분석된다.

이에 조 차관보는 적자국채 추가발행 규모를 4조원에서 1조원 늘린 5조원으로 다시 보고했다. 14일 예정된 1조원 규모의 바이백은 취소됐다. 다만 국채 추가발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동연의 ‘정무적 판단’…정당한 의사결정 과정 vs 꼼수

2017년 적자국채 발행 결정 과정과 하루 전 바이백 취소를 놓고 기재부와 신 전 사무관의 입장이 엇갈린다.

신 전 사무관은 8조7000억원의 미발행 국채를 발행했을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2000억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했다며 윗선의 지시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발행하지 않아도 될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려고 했던 것은 인위적으로 GDP 대비 채무비율을 높이려고 한 것이라며 납득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적자국채가 추가로 발행되지는 않았지만 정부 조직의 불합리한 시스템 문제가 있다는 게 신 전 사무관이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그는 2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적자 국채 추가 발행을 놓고 김 부총리의 지시와 청와대의 외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부총리는 2017년 기준으로 GDP 대비 채무 비율을 낮추면 안 된다고 했다”며 “(채무비율) 39.4%라는 숫자를 주시며 적어도 그 위까지는 올라가야 한다며 구체적인 국채발행액수를 결정하셨다”고 말했다. 차영환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 기재부 담당 국장 등에게 적자성 국채발행을 하지 않기로 한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전화했다는 주장도 새롭게 제기했다.

종합해보면 청와대와 김 전 부총리가 국가채무비율을 ‘마사지’하기 위해 비상식적인 결정을 요구했다고 볼 수 있다.

기재부 입장은 정반대다. 기재부는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한 결정은 기재부 내부와 관계기관과의 치열한 논의 끝에 나온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기 여건과 초과세수, 국채시장 영향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8조7000억원의 국채 미발행분을 그대로 두자는 결정이 도출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적자국채 추가 발행이 이뤄지지 않아 국가 채무 비율은 줄어들었고, 만약 4조원 규모의 국채를 추가 발행했더라도 국가채무비율은 약 0.2%포인트(p) 증가하는 데 그쳤을 것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만약 국채가 추가 발행됐더라도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한 추가경정예산 확보 목적이었다면 김 전 부총리의 ‘정무적 판단’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

기재부는 청와대 개입설과 관련해서도 “결정 과정에서 청와대가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함께 협의를 거쳐 기재부가 최종적으로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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