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로 촉발된 ‘적자성 국채발행’, ‘바이백(국고채 매입) 취소’ 등의 의혹들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국채발행에 있어선 정부의 중장기적인 정책 판단이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씨가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다소 과도한 주장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바이백의 갑작스러운 취소는 채권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석연치않다는 시각이다. 고의가 아니라면 기재부가 크게 실책을 범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판단 있을 수 있다” vs “국가채무 마사지, 석연찮아”
3일 국회예산정책처장을 지낸 주영진 지방의회연구소 연구소장은 “세수가 넉넉하면 빚을 갚든가, 새로운 재정소요에 쓰든가 둘 중 하나”라며 “다양한 선택의 옵션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 당시 국세수입은 264조4000억원으로 예상보다 23조1000억원 더 걷힐만큼 세수여건이 좋았다. 그해 적자국채(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는 28조70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는데, 11월까지 20조를 발행했다.
기재부 국고국은 세수가 넉넉하니 나머지 8조7000억원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말고 빚을 갚자고 했고,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 따르면 청와대와 김동연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7년 국가채무 비율을 높여 놔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운영에 부담이 없다”며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수가 남았다면 빚을 갚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제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정무적 판단을 하더라도 기재부는 실무적 판단을 할 수 있고, 기재부 내에서도 예산실은 ‘넉넉한 예산’을, 국고국은 ‘재정건전성’에 비중을 싣고 줄다리기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 소장은 “국가채무 비율을 조정하려는 의도는 정무적 판단이고, 빚을 갚아야 된다는 것은 정책적 판단”이라며 “세금이 남았는데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모양이 안좋다는 정책적 판단이 더 합리적이라고 본 것이고, 결국 그렇게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8조7000억원 적자국채는 발행되지 않았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역시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국채 상환에 쓸 수 있다지, 써야 한다가 아니다”라며 “국채발행과 상환은 여러가지 요인을 감안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뭐가 문제란 것인지”라고 반문했다.
반론도 있다. 적자국채를 8조7000억원 추가 발행하면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이자가 발생한다. 정무적 판단에 신경써서 세금을 허투루 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채무를 입맛대로 ‘마사지’한다는 시각도 일 수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입맛대로 국가채무를 조정한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적자국채 발행이 정부의 일자리 예산 등 확장적 재정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적자국채로 조달한 자금은 다음해에 세계잉여금으로 쓸 수 있다. 정부는 2018년 일자리 창출 등을 명목으로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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