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년 청와대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 ‘최저임금 불복’에 이어 주휴수당 관련 헌법소원을 청구한 연합회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의 앙금이 여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초청 간담회에 소상공인연합회가 초청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오전 브리핑에서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대기업·중견기업과 만남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는 7일에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벤처기업 관계자 200여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계에서는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해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신임 회장,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 김정태 메인비즈협회장 등 업계 단체장들이 대거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회를 제외한 단체들은 3일 오전을 전후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연락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참석자 명단을 총괄하는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애초부터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소상공인연합회를 배제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번 행사의 추천 명단은 중기중앙회를 통해서만 일부 받았고, 여기에서도 소상공인 관련단체가 있다면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정부가)자영업 대책을 별도로 마련한만큼 소상공인들은 중소기업과 동일한 정책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이 결정된 것”이라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별도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과 달리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측은 간담회에 초청을 받았다는 전언이 나왔다. 이 단체는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이 지난해 8월 임명되기 직전까지 회장직을 역임한 단체다.
한상총련 관계자는 “간담회 관련 초청 연락을 받은 건 2~3일 전으로 안다”며 “(청와대)자영업 비서실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았고, 누가 참석할지는 아직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유사한 성격의 두 단체를 놓고 편파 결정을 내린 상황에 대해 업계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중기부 측이 근거로 든 자영업대책에는 소상공인연합회와 한상총련 두 단체 모두가 참여해 정부와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소상공인연합회 배제론’에 대한 기조가 정부와 청와대 내부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 온 연합회는 지난해 11월 새롭게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도 배제되며 논란을 키웠다. 당시 위원회 구성 추천권은 경제인총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에 있었지만, 결국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온 연합회를 배제한 것은 눈치보기라는 지적도 일었다.
이와 관련해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연합회가 아닌 다른 단체를 소상공인 대표 단체로 만들려는 의지가 여전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최근 연합회가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경사노위에 참여하며 소상공인업계에 대한 대표성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청와대로부터 초청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법정단체로서의 위상이 손상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연합회 측은 정부와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최저임금 문제가 이 같은 상황의 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최승재 회장을 비롯한 연합회는 2019 최저임금안을 유예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긴급명령권 발동을 촉구했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시키는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정부부처 합동 신년회’에서 최 회장은 경제단체석이 아닌 일반 단체석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재 회장은 “오늘 아침 중기부로부터 참석대상이 아니라는 연락을 받았다. 정책대상에 따라 자리를 마련한다는데 이번에 참석하는 슈퍼마켓연합회 같은 단체는 소상공인연합회 소속이기도 하다. 의아할 수 밖에 없지 않나”라며 “지난해에 소외된 부분에 대해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보도가 나간 후, 한상총련 측은 오해가 있었다는 점을 밝히면서 청와대 간담회에 초청받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상총련 관계자는 “공교롭게 같은 요일에 있었던 다른 행사와 헷갈려 내용이 잘못 전달됐다”며 “우리도 이번 간담회에는 초청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고, 결과적으로 전달이 잘못된 부분에는 책임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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