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 국면이 막을 내리면서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대로 후퇴했다. 3개월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6조7700억원 빠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0조 8000억원이라고 8일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59조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직전분기인 지난해 3분기(17조5700억원) 대비 38.5%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9.9% 줄었다.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28.7%, 매출은 10.6% 감소했다. 금융정보기관 와이즈에프엔이 집계한 시장의 컨센서스(평균 추정치)인 13조4393억원을 한참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크게 빠진 것은 전사 영업이익의 79%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의 실적 감소 영향이다. 특히 고점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D램과 낸드플래시 등에서 메모리 반도체 값이 하락해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는 고객사들의 재고 감축을 촉발했다.
삼성전자는 고객사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 2년 만에 반도체 가격하락이 시작되자 고객사인 글로벌 IT기업들이 재고 축소 움직임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큰손인 고객사들의 구매 연기로 수요가 줄자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수익성이 가장 좋은 프리미엄 제품인 서버D램을 대량구매해온 글로벌 데이터센터들이 구매 지연 전략을 펴고 있는 점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증설 속도조절 등 ‘비상경영’ 모드에 들어갔다. 증설투자를 최소화해 공급과잉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신규 생산능력 축소가 2분기부터는 공급 감소 효과를 가져와 1분기 저점을 찍고 시황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4일 기흥사업장에서 경영진과 전략회의를 갖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함께 전장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반도체 시장을 창조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둔화로 인한 이익조정이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투자를 줄여 공급이 과열경쟁 없이 더욱 안정되는 것은 과거 사이클 대비 확실한 변화이지만, 고객이 메모리 가격을 예상해 구매를 지연하는 심리 등이 반도체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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