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이참에 직원수 줄여라” 역풍 맞은 파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0일 03시 00분


장윤정 기자·경제부
장윤정 기자·경제부
8일 KB국민은행 노조 총파업 현장을 취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파업 때문에 얼마나 불편한지를 물어볼 고객 자체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8일 하루 동안 10여 개 국민은행 지점에 들렀지만 대부분의 점포에는 고객이 1, 2명 남짓이었고 텅텅 빈 곳도 상당수였다. 조회부터 입출금, 예·적금 가입까지 모든 것을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는 2019년 금융회사 파업의 현주소였다.

파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노조원들의 주된 불만은 사측의 실적 압박과 성과주의 강요였다. 이날 만난 고객들은 “실적 압박은 모든 직장인의 피할 수 없는 현실 아니냐” “그렇게 압박을 받았다면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왜 하지 못하느냐”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이참에 차라리 직원 수를 더 줄여 모바일 서비스나 개선하라”는 반응도 나왔다.

고객들의 이런 목소리는 금융업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점포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정보기술(IT) 업체의 똑똑한 핀테크 서비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2030세대 가운데는 “은행 지점에 가본 지 1년이 넘었다” “집에서 가까운 은행 지점이 어딘지도 모르겠다”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와중에 핀테크 기업들은 혁신적인 앱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젠 공인인증서 없이 30초 안에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게 해주고, 흩어져 있는 자산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여기에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투자,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로 탑재하면서 사실상 ‘개인금융 비서’ 역할까지 하고 있다. 한 데이터 분석기업이 스마트폰 이용행태를 분석한 결과 2017년 3분기 기준 10, 20대가 가장 즐겨 쓴 금융 앱은 기존 은행들이 내놓은 모바일뱅킹 앱이 아니라 핀테크 업체의 금융서비스인 ‘토스’였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달 31일과 다음 달 1일에 2차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기간도 하루에서 이틀로 늘었고, 월말 결제 수요와 설 연휴를 앞둔 자금 수요가 몰리는 시기라 파급력은 이번보다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고객이 국민은행에서 등을 돌릴 수 있다.

지금 금융업에서는 은행과 비은행, 핀테크가 뒤섞여 ‘금융시장의 룰’ 자체가 뒤바뀌고 은행원의 존재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국민은행 노사는 직급별 호봉상한제를 갖고 싸울 때가 아니다. 은행이 어떻게 하면 이 위기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를 놓고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장윤정 기자·경제부 yunjung@donga.com
#kb국민은행#파업#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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