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낙수효과 오래전 끝나… 전통 제조업에 혁신 옷 입힐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1일 03시 00분


[文대통령 신년회견]경제정책 방향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말을 건네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가운데)이 듣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말을 건네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가운데)이 듣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왜 필요한지는 오늘 모두 기자회견문 30분 내내 말씀드렸다.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짧은 문답은 한동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는 등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그간의 정책 부작용을 보완하되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라는 정책의 3대 축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지난해보다 혁신성장을 더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 경제정책 기조 수정 없다
문 대통령은 고용 상황에 대해 “참으로 아픈 부분이다. 정부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금격차 해소 등으로 일자리를 개혁해야 한다”고 했던 데서 한 발짝 물러섰다. 문 대통령은 “달라진 산업 구조와 소비 행태가 가져온 일자리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낮아졌다”고 했다. 이어 “제조업에서 지속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고 제조업을 둘러싼 서비스 산업도 함께 어려워지는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양극화, 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 그 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기존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가 ‘포용적 성장’을 (경제적 불평등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다. 빙하기에 인간성이 싹텄다”며 지금 상황을 더 감내할 것을 요청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와 관련해 “규제 혁신은 서로 (반대되는) 가치가 충돌하는 것”이라며 카풀(차량 공유)을 예로 들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속에서 경제사회 현실은 바뀌는데 옛날 가치를 고집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택시업계를 지목했다. 정부가 이해 조정자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자회견 당일 택시 운전사 한 명이 또 분신으로 사망했다는 점에서 섣부른 발언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문 대통령은 혁신과제로 친환경차 보급, 스마트공장 확산 등을 언급하며 “제조업 혁신전략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현대자동차가 한국에 새로운 생산라인을 설치한 게 얼마나 된 지 아십니까? 아마도 뭐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까마득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남북 경협이야말로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획기적인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 인식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의 경제 인식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여럿 포착됐다. “(한국은)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하다”고 말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과거 보수정부에서 양극화가 심해졌고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다는 취지지만 실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소득수준을 10단계로 나눠본 10분위 배율은 4.5였다. 상위 10% 소득이 하위 10%보다 4.5배 더 많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배율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5.12로 가장 높았다가 하락하는 추세다.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도 일관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수출 6000억 달러 돌파를 주요 경제 성과로 꼽으면서도 “수출의 증가가 고용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지도 오래”라며 “이미 오래전에 (기업의) 낙수효과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산업계는 대통령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주변에 아무도 기업을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운영해 나가는데 ‘겨울이 추워야 제맛’이라니 실제 죽어나가는 걸 보면 그런 말 못한다”고 토로했다.

한 5대 그룹 임원은 “국내외 경기 상황이 심각한데 정책 기조 중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보완할지 감이 안 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한다지만 이미 29% 오른 상황에 대한 대책이 뭐냐”고 반문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김준일 / 김현수 기자
#대기업 낙수효과#전통 제조업에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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