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서초 로또청약 대기…분양가 통제 ‘부작용’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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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4일 06시 11분


현금 부자들만 소화 가능…시세차익 수억원 예상
자율적 분양가 산정 가능한 후분양으로 변경하기도

올해 서울에서 로또로 불릴 만한 아파트 분양단지가 쏟아진다. 서울 아파트값이 안정되고 있지만, 수억원씩 오른 금액에 비해 조정되는 집값은 그리 크지 않다. 신규 분양 아파트는 정부의 강력한 분양가 통제로 기존 주택과 신규분양 단지의 가격 차이가 점점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수준임에도 일반 무주택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분양가 통제를 피하고자 건설사가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정할 수 있는 후분양제도 늘고 있다.

◇ 9억원 이상 중도금 대출 불가능해도 청약 경쟁률 ↑


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분양은 7만2873가구로 지난해(1만8524가구)보다 5만가구 이상 늘어난다. 업계에선 지난해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물량이 연기돼 올해 공급량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동대문구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는 지난해 말부터 역세권 입지와 초고층 신규 단지를 앞세워 분양 시기에 관심을 받았다. 올해 분양은 기정사실이다. 강남권 물량도 대기 중이다. 강남구에선 Δ개포주공1단지 Δ개포주공4단지 Δ삼성동 상아2차 Δ개나리4차 Δ구마을1지구의 물량이 나온다.

강남권은 분양가 9억원 이상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시세보다 싼 분양가에 현금 부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분양자들 입장에선 계약금을 포함해 수중에 수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계약을 할 수 있다. 일반 서민과 중산층 무주택자들은 접근이 어렵다는 얘기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11월 서초우성1차를 재건축해 분양한 ‘래미안 리더스원’은 232가구 모집에 총 9671명이 몰려 평균 41.6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초 우성1차를 재건축해 짓는 이 단지는 지난해 4월께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계속 밀렸다. 재건축 조합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줄다리기 때문이다. 조합이 분양가 눈높이를 낮추면서 분양 승인을 받았다.

시장 안정에 주력하는 정부 입장에선 분양가는 잡았지만, 로또 분양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3월 상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표 참고)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현재 분양가 책정과 관련, 공공택지엔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고 민간택지엔 HUG의 분양보증 심사(분양 승인 시 인근 아파트 분양가의 110%를 넘지 않도록 관리)를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HUG의 과도한 분양가 통제로 시세 대비 40%가량 낮은 일반분양이 쏟아지면서 부동산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로또 분양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부동산시장 전체가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이것이 기존 주택가격에도 상향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후분양, HUG의 분양보증 기준 되는 주변 시세도 오를 수 있어

정부의 고분양가 압박을 피하려고 후분양을 선택하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신반포3차, 신반포 23차, 반포경남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하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이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고자 조합원분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약 500가구)을 후분양으로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후분양은 아파트 골조 공사를 3분의 2 이상 마친 뒤 분양하면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앞선 단지들이 후분양을 선택하면 주변 재건축 단지들도 선분양 대신 후분양으로 사업 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서초구에선 방배13구역,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신반포4지구 등의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제를 검토하고 있다.

분양가 책정을 놓고 HUG와 갈등을 겪었던 경기 과천시의 주공1단지(과천 더 퍼스트 푸르지오 써밋)도 후분양으로 전환했다. 공정률이 80%를 넘어서는 올 하반기께 전체 1571가구 중 509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지난해 대우건설이 제시한 3.3㎡당 3313만원의 분양가를 HUG가 고분양가로 판단해 보증을 거부하면서 분양 일정이 연기된 데 따른 것이다.

HUG 관계자는 “후분양은 HUG에서 발급하는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분양가를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통상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조달하던 건설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이 역시 대출이어서 이 과정에서 대출보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양 시기를 늦춘 만큼 HUG의 분양보증 기준이 되는 주변 시세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분양가는 선분양보다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주공1단지 인근에서 분양, 입주한 단지의 시세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16년 5월 분양해 올해 7월 입주한 ‘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과천주공 7-2 재건축)’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의 전용 59㎡의 시세는 최근 11억2000만~17억2000만원이다. 11억5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3.3㎡당 가격은 4464만원 수준으로 분양 당시 평균 분양가 3.3㎡당 2678만원을 크게 웃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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