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및 브랜드 스튜디오 확충 등 국내 입지 강화
‘한 단계 높은’ 고급 브랜드 찾는 소비 트렌드 영향도
최저가 모델 가격이 4억원대에 이르는 슈퍼 럭셔리 브랜드 롤스로이스 자동차가 지난해 글로벌 및 국내 시장에서 115년 브랜드 역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롤스로이스는 한국시장 진출 15년만에 처음으로 세 자릿수 판매량을 달성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시장 및 브랜드 스튜디오 확충 등 한국 내 입지 강화 노력과 희소성을 강조하는 소비자 인식이 맞물려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4107대를 판매해 115년 브랜드 역사상 가장 높은 판매량을 달성했다. 전년 판매량(3362대) 대비 22%가 늘어난 수치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을 비롯해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고른 판매 성장세를 보였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한국시장에서도 롤스로이스는 2003년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00대를 돌파하는 등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롤스로이스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123대가 팔렸다. 롤스로이스는 2010년 18대를 판매하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 판매량을 기록한 뒤, 2015년 63대, 2017년 86대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왔다.
판매된 차종별로는 고스트 42대, 고스트 EWB(Extended wheelbase) 23대 등 고스트 모델이 총 65대로 전체 롤스로이스 판매 성장을 견인했고, 뒤를 이어 레이스 31대, 던 12대, 팬텀(EWB 모델 포함) 11대 등 라인업 전체가 고루 팔렸다. 지난해 6월 출시된 브랜드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컬리넌도 4대가 판매됐다.
롤스로이스는 가격대가 4억~8억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승용차의 대명사로 불린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이 높았던 고스트와 레이스의 출시 가격은 각각 4억2000만원, 4억원이며, 플래그십 모델 팬텀(EWB 포함)은 6억3000만원~7억4000만원에 이른다.
롤스로이스는 지난 15년간 서울·경기권 판매를 주도해 온 서울 청담 전시장에 이어 2016년 추가로 부산 해운대구에 전시장을 오픈하는 등 판매망을 확충했다. 이어 2017년에는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내 첫 브랜드 스튜디오를 개설, 고객들에게 직접 시승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간 한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한 게 판매 증대의 비결로 회사는 분석했다.
여기에 고객 맞춤형 제작 옵션 ‘비스포크(Bespoke)’ 프로그램 또한 브랜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이 프로그램은 외장 페인트 색상의 조합만 해도 4만4000여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며, 인테리어 소재에도 한계가 없어 고객들에게 맞춤형 차량을 제공한다. 이 경우 최종가격은 10억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비스포크 프로그램, 국내에서는 브랜드 스튜디오, 딜러십 확장 등 요인이 실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며 “이달부터는 지난해 출시된 컬리넌의 사전계약 물량의 본격적인 출고가 시작되는 만큼 올해도 한국시장에서의 판매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입차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국내 시장에서 희소성을 갖춘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소비 트렌드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롤스로이스의 경우 수작업으로 차량 제작이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 후 고객인도까지 6개월~1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희소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1세대 수입차 시장이 벤츠와 BMW 같은 보편적인 프리미엄 차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수입차에 익숙해진 구매자들이 한 단계 더 높은 고급 브랜드를 찾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벤츠가 7만대 팔리는 등 이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차량보다는 한 단계 더 높은 최고급 브랜드를 찾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런 경향이 국내 경기와는 무관하게 최고급 차량 판매량을 꾸준히 증가하는 결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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