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하반기부터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힌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장의 비관론이 커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것이라서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1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 총리가 “지난해 4분기(10∼12월) ‘어닝 쇼크’를 겪었는데,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은 괜찮은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이처럼 답한 것으로 복수의 간담회 참석자가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전 분기 17조5700억 원보다 영업이익이 38.5% 줄어드는 ‘어닝 쇼크’를 겪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에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가상물리시스템(CPS·Cyber Physical System),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과 관련한 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참석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지난해 전체로 보면 영업이익이 최대 수준이었다. 올해도 지난해 수준은 유지된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측은 당시 이 총리에게 올해 반도체와 5세대(5G) 사업 전망, 세계시장 동향 등에 대해 약 30분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프레젠테이션 중간중간 직접 보충 설명을 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보통 기업들이 사업 전망을 굉장히 보수적으로 하는데, 이 부회장이 총리 앞에서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가 다들 조금 놀랐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정부에 정책 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는 외국에서 많은 인력을 데려와야 하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를 키우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해 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5G 통신 기술을 사례로 들며 “스마트폰의 경우 3000만 ‘코딩 라인’(소프트웨어 작동을 위한 명령어)이 필요한 데 비해 5G 통신 장비는 20배인 6억 ‘코딩 라인’이 필요하다”며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5G 통신 장비 기술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최신 보고서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을 지난해보다 2.6% 늘어난 4890억 달러(약 547조6800억 원)로 추정했다. 특히 2020년에는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8.1%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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