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출시한 배당주펀드, 수익률 370%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6일 03시 00분


박 부사장, 2008년부터 CIO 맡아… 운용자산 한때 13조원 넘기도

박종학 부사장의 사무실은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다.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여의도 증권가’에 둥지를 튼 것과는 사뭇 다르다. 스스로도 “운용업계 사람들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가는 느낌이다.

그의 운용 철학은 그가 운용하는 대표적 상품인 베어링고배당펀드와 베어링가치형펀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지난해에는 주식시장 약세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설정 이후 수익률은 각각 370.32%, 101.47%를 자랑하고 있다. 이 중 2002년 4월 설정된 베어링고배당펀드는 국내 최초의 배당주 펀드다. 당시 실무진으로 참여했던 그는 “그 무렵 배당수익률이 3년 국고채 수익률보다 높다는 데 착안한 게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기업의 투명 경영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배당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인지 다른 펀드와 달리 배당주 펀드에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의 투자 원칙을 2000년 6월부터 1년간 미국계 자산운용사 세이인베스트먼트 본사에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웠다. 세이인베스트먼트는 직접 자산 운용을 하기보다는 잘하는 운용사를 선별해 그 회사에 맡기는 전략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때 세이인베스트먼트는 운용 철학이나 투자 프로세스 등을 철저히 준수하는지를 운용사 선정 기준으로 삼는다. 그가 투자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이유다.

박 부사장은 장수 CIO로도 유명하다. 2001년 세이인베스트먼트의 한국 법인 세이애셋코리아로 옮긴 그는 2008년 7월 CIO가 됐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한 이후부터 따지면 자신의 경력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CIO로 지낸 셈이다. 그는 “회사의 운용 자산은 2008년 말 2조7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초 한때 13조 원을 돌파할 만큼 성장했다”면서 “모든 직원이 힘을 모은 결과”라고 말했다. 세이애셋은 2013년 베어링이 인수하면서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무엇보다 그는 회사가 한때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직원들과 함께 이를 극복했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CIO가 된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였다. 주가 폭락으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외면하면서 다른 자산운용사와 마찬가지로 베어링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고통 분담을 하기로 하고 직원들을 한 명도 내보내지 않고 버텨냈다. 팀워크를 해치지 않으려는 결정이었다. 그는 “그때의 경험이 이후 팀워크를 안정시키는 데 큰 자산이 됐고, 그 덕분에 기복 없는 꾸준한 실적이 가능했다”며 웃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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