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돌풍에 면세업계 판도 변화…‘1강·1중→1강·2중’
중소·중견 면세점 ‘부진’…“존재감 못 드러내”
‘롯데’와 ‘신라’가 양분하던 면세점 시장에 ‘신세계’가 뛰어들면서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1강·1중 구조에서 1강·2중 구조로 재편됐다.
반면 나머지 후발 면세업체들은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야심 차게 면세사업을 시작했지만 명품 브랜드 유치에 실패하면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 돌풍에 롯데·신라 ‘긴장’
18일 관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의원에게 제출한 면세점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18조96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중국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으로 단체 관광객이 줄었지만 보따리상들이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이중 1위는 롯데면세점이다. 전체 매출이 7조5391억원으로, 지난해(5조9464억원)보다 26.8%나 늘었다. 특히 명동 본점(소공점)은 단일 매장으로서는 세계 최대인 4조2023억원의 매출을 올려 ‘절대 강자’ 자리를 지켰다. 다만 롯데면세점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41.1%에서 지난해 39.7%로 다소 낮아졌다.
대신 신세계면세점이 무섭게 상승했다. 신세계면세점 매출은 3조337억원까지 상승했다. 특히 명동점은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자리 잡으며 1조9863억원의 매출을 기록, 존재감을 나타냈다.
더욱이 롯데면세점이 포기한 인천공항 T1 사업장을 따내고, 강남점가지 열면서 올해는 매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목표는 4조원이다. 다만 지난해 3분기 적자를 내면서 자금 부담이 우려된다. 앞으로 마케팅비로 얼마나 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위인 신라면세점은 4조718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6.8%나 증가한 액수다. 매출 비중도 23.8%에서 24.9%까지 늘었다.
신세계의 약진으로 ‘1강·1중·1약’이던 국내 면세점 판도가 ‘1강·2중’으로 바뀌고 있다. 신세계가 올해 목표치인 매출 4조원을 달성하면 2·3위 격차는 더 좁혀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라 입장에서는 신세계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1위 싸움보다는 2위 다툼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속도 못 내는 후발주자…중소·중견 면세점 어쩌나
대기업들의 면세전쟁은 치열하지만 후발주자들은 속이 탄다. 기존 대기업 면세점이 독식하면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를 빼고 매출 1조원이 넘는 곳은 HDC신라가 유일하다. HDC신라면세점은 1조878억원의 매출로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두타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 63도 시내면세점의 매출이 각각 6817억원, 3470억원에 불과했다.
중소·중견 면세점으로 갈수록 상황이 심각하다. 시내면세점의 경우 에스엠면세점 585억원을 비롯해 그랜드관광호텔 시내면세점 172억원, 엔타스듀티프리 인천본점 36억원, 앙코르면세점 1억원 등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중소·중견 면세점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자금 부담으로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바잉파워’(구매력)가 떨어진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브랜드를 유치하고, 미리 물건을 사서 준비해야 하는 데 현재 상황에선 쉽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선호 브랜드나 매력적인 상품이 없다 보니 더 안 가게 되고, 면세점 입장에선 고객이 안 오니 투자를 못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중소·중견 면세점 관계자도 “면세점 위치나 입점 브랜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면서도 “현실적인 부분에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중소·중견 면세점은 앞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자금이나 프로모션, 브랜드 등에서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대기업 위주의 면세점 시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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