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한진칼·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난상 토론 끝에 수탁위 위원들이 참여한 찬반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많이 나온 것.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수탁위 의견과 상충된 발언을 해 재계와 업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특히 수탁위 투표결과에 한시름 놨던 한진칼·대한항공 측은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23일 열린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에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부정적인 수탁위와는 반대되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최근 대기업과 간담회 등을 진행하면서 ‘친 기업 정책’에 무게를 싣는 듯 했지만 이번 발언이 한진칼 등 재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해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 등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주주권 행사 ‘찬성파’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한진칼·대한항공 측은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국민연금 수탁위 의견이 대통령 한 마디에 흔들릴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탁위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시기상조라고 의견을 제시한 상황에서 정치적 입금에 흔들리지 않는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민연금이 분명한 원칙을 갖고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 수탁위는 이날 주주권 행사 분과위원회를 개최해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 및 범위’에 대해 논의했다. 장시간 논의 끝에 전문위의 합의된 의견을 기금위에 보고하지 않고 위원들의 의견을 그대로 전하기로 정했다. 투표에서는 총 위원 9명 중 2명이 찬성하고 5명이 반대했다. 위원 2명은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는 반대하면서 한진칼에 대한 부분 경영참여는 찬성했다. 수탁위 보고를 받은 기금위는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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