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청약통장 증가폭, 11월의 6분의 1 그쳐
유주택자 청약 당첨 사실상 불가능…“제도 수시변경, 유지 나아”
#서울 광진구에 살고 있는 40대 박모씨. 그는 10년 전에 매수한 전용 59㎡ 크기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자녀가 성장하고 살림살이가 늘어나면서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계획했다. 하지만 박씨의 계획은 틀어졌다. 10년도 지난 청약통장이 무용지물이 돼 버려서다. 박씨는 “(청약통장이) 쓸모가 없어졌다”며 “1500만원 정도 들어 있는데 그냥 해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꾸준히 증가하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주춤하다. 정부가 청약제도를 무주택자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최근 증가세가 크게 둔화해서다. 유주택자들의 청약 당첨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해지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2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예금·부금, 청약저축)은 2442만9375 계좌다. 11월보다 1만3153 계좌 늘었다. 12월 증가폭은 11월 증가폭(7만8857 계좌)의 약 6분의 1 수준이다.
신규 가입이 가능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증가폭은 최근 급격히 줄었다. 지난달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총 2257만768 계좌로 11월보다 2만2598 계좌 느는 데 그쳤다. 11월 증가폭(8만8099 구좌)의 약 4분의 1이며 6개월 전인 7월 증가폭(16만2660 구좌)의 13% 수준이다.
신규 가입이 불가능한 청약예금·부금, 청약저축은 계좌 수가 줄었다. 이들 청약통장은 지난해 7월 190만5553 계좌였는데 지난해 12월 185만8607 계좌로 감소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정부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발표하면서다. 정부는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에서 청약제도를 무주택자 중심으로 변경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와 같은 규제지역 내 추첨제 대상 주택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한다. 나머지 25% 역시 무주택자와 유주택자가 함께 경쟁해 사실상 유주택자의 당첨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시행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주택 이상 유주택자에겐 청약통장이 쓸모가 없어졌다”며 “연말정산 (세제 혜택도) 유주택자와는 상관이 없어 해지하고 대출 상환에 활용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급한 게 아니라면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것보다 조금씩 내며 가지고 있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청약제도가 자주 개편되기 때문에 언제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이유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부가 모두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다면 한 명에게 몰아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도 “청약제도가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급한 게 아니라면 유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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