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만 하더라도 2019년 투자 환경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시장에 팽배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계속되고 있었고 여기에 미국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영국이 유럽연합(EU)과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등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정치 이벤트가 벌어지며 투자 심리를 압박했다.
투자자들은 증시 탈출을 선택했다. 코스피는 올해 1월 4일 1,984.53까지 내려가며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불리는 2,000 선을 내줬다. 하지만 이때 주식을 판 투자자는 결과적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됐다. 이날을 기점으로 ‘코스피 바닥론’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꾸준히 반등했기 때문이다.
시장 분위기는 왜 급변한 것일까? 크게 세 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첫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기조가 달라졌다. 끔찍했던 지난해 4분기(10∼12월)의 미국 증시 폭락은 사실상 연준에 의해 촉발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를 좀 더 올릴 수 있으며 시장에 풀린 자금도 회수할 수 있다고 언급하자 증시는 크게 흔들렸다. 혼란에 대한 우려 탓인지 파월 의장은 올해 들어 정해진 금리 정책 경로는 없고 변경도 가능하다며 갑자기 기존 주장을 뒤집어 금리 동결에 무게를 뒀다. 시중의 유동성을 유지할 것이란 연준의 목소리는 시장을 진정시키기에 충분했다.
둘째,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글로벌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가는 특정 종목을 사들였던 과거 패턴과 달리 대형주가 포함된 ETF를 산다. ETF는 주식이 들어있는 바구니로 볼 수 있으며 여기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모두 포함돼 있다.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대형주가 담긴 ETF를 사다 보니 코스피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셋째,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강해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올해는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변화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증권거래세 폐지 등이 이런 맥락에서 추진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정부 정책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선호하고 정부도 성장을 뒷받침하려 한다. 이런 환경이라면 주식시장도 지난해 하락폭을 만회할 수 있다. 한국 주식에 대한 관점은 이제 바꿀 필요가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