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올인…“정부가 투기 부추긴다” 지적도
“사업 기간 길어 실제 집값 상승은 아직 멀었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대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를 추진하면서 지방 부동산시장에 관심이 쏠린다. 도로와 철길이 깔리면서 수도권에 집중된 투자 수요가 지방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개발 분위기에 편승 사업 지역별로 투기 바람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9일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의결하고 전국 17개 시·도에서 신청한 총 32개 사업(68조7000억원) 중 23개 사업(24조1000억원)을 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예타 면제 대상은 일부 수도권 접경 지역을 제외하면 모두 지방이다. 권역별로 Δ영남 8조2000억원 Δ충청 3조9000억원Δ호남 2조5000억원 Δ강원 9000억원 Δ제주 4000억원이다. 예타 면제 소식에 지방 부동산시장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오랜 기간 침체한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지방 집값은 2016년 하락세로 전환했고 지난해까지 매년 하락 폭을 확대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방 집값은 2016년 0.28% 하락했고 2017년 마이너스(-) 0.41%, 2018년 마이너스(-) 3.09%를 기록했다. 지역 기반산업이 무너지면서 부동산시장도 연쇄적으로 하락한 것이다.
부동산업계는 이번 예타 면제로 지방 부동산이 모두 동반 상승하는 게 아니라, 사업 수혜지역에 따라 선별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대표적인 사업이 4조7000억원 규모의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KTX)다. 이 사업은 단일 기준 최대 규모다. 경북 김천에서 경남 진주를 거쳐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를 개통하면 서울에서 거제까지 소요 시간이 2시간대로 단축된다. 이 밖에 Δ충북선 철도 고속화(1조5000억원) Δ세종~청주 고속도로(8000억원) Δ제2경춘국도(9000억원) Δ평택~오송 복선화(3조1000억원) 등도 해당 지역 부동산시장을 견인할 사업으로 꼽힌다.
다만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과거 노무현 정부는 지방 분권화를 위해 강릉~원주 고속철도 사업과 호남고속철도 사업 계획을 발표했지만, 해당 지역 집값은 이명박 정부 들어 올랐다. 지방 집값은 2004~2007년 3.48% 상승하는 데 그쳤으나 2008~2012년 24.85% 올랐다. 사업 계획 발표에서부터 실제 착공까지 그만큼 오래 걸리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타 면제 대상을 발표로 사업 기간이 확실히 빨라지겠지만 실제 착공을 거쳐 사업을 마칠 때까지 얼마 걸릴지는 미지수”라며 “(이번 예타 면제 발표로) 막연한 기대감이 오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방부동산 투기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똘똘한 한 채’ 열풍이 불면서 서울로 쏠린 투자 수요가 지방으로 회귀할 수 있다면서 개발사업 지역의 땅값과 집값을 자극하고 투기 바람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원한 한 전문가는 “대규모 개발로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풀리고 주요 지역으로 (보상금이) 흘러가 집값을 자극하고 나중에 (개발 사업이 추진되면) 지역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며 “균형 개발이라는 명분이지만 국가가 투기를 부추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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