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위스 타미플루 北지원…국내 제약사들 “아쉬워”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9일 14시 39분


정부가 대북 지원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스위스 로슈의 타미플루를 선택하자 남북교류 활성화와 내수시장 확대를 기대했던 국내 제약사들이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통일부는 최근 약 2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스위스 로슈사의 타미플루를 북한에 전달키로 최종 의결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남북보건의료 분과회담’에서 남북이 전염병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해 협력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정부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타미플루를 보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제약업계에선 국내 타미플루 복제약이 북한에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당시 제약사들은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대북 제재가 풀리면 백신이나 결핵치료제 등을 북에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하지만 스위스 오리지널 타미플루가 대북 지원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결정되자 국내 제약사들은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일본은 내수시장 성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신약들을 많이 개발했고 미국, 중국에 이어 글로벌 3위 제약시장으로 도약했다”면서 “북한이 정부에 로슈 제품을 요청했다고는 하지만 북한에 대한 의약품 공급은 내수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아쉽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타미플루 복제약이 많고, 품질도 그에 못지 않다”면서 “또 정부차원의 의약품 지원은 10년 만이고, 현 정부 출범 이후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첫 지원인데 외국산 제품이 북한으로 보내지게 돼 의외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타미플루를 지원할 때도 로슈의 제품을 선택한 데다 국산 복제약을 북한에 보내려면 북 측과 추가 협의 등이 필요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국산 제품을 북한에 지원하려는 정부의 의지 자체가 부족했다고 국내 제약사들은 보고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2009년 대북 지원 당시 국산 복제약이 없었지만, 타미플루의 특허가 만료돼 현재 국산 타미플루 복제약은 100개가 훌쩍 넘어 상황 자체가 다르다”며 “정부의 대북 협상력이 떨어진다고 밖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북한이 스위스 제품을 요구했다지만 품질도 좋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 타미플루가 아닌 비싼 수입 오리지널 타미플루를 공급하는 것은 실리가 없다”면서 “정부가 비축한 타미플루 유효기간도 거의 끝나가는데 대북 지원을 통해 재고를 덜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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