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다. 인수가 성사되면 20년 만에 국내 조선업계가 ‘빅2’ 체제로 재편되면서 세계 조선·해운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30일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인수 등) 처리 문제를 최근 협의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 측에 인수 의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보유 주식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면 인수 금액은 2조2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중공업의 인수 여력은 충분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의 현금성 자산은 2조6986억 원이다. 최근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 매각한 대금 1조8000억 원도 들어올 예정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우량 사업부와 핵심 자산만 추려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압도적인 세계 1위 조선사가 탄생한다. 양사가 과당 경쟁을 벌여온 초대형유조선(VLCC)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의 저가 수주 논란도 해소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2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몸집을 가볍게 만든 점도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결심한 요인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대우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대우조선해양을 1999년부터 관리하며 기업개선 작업 등을 진행했다. 2008년부터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에 나섰으나 한화그룹이 인수를 포기해 원점으로 돌아갔다.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어 현대중공업의 인수 제의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도 이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번 인수건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