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B노선 ‘예타 면제’ 빠진게 아쉬운 까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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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의 부동산인사이트]철도와 집값의 상관관계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거시경제를 전망하고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일을 하다 보면 해외에서 발간된 흥미로운 논문이나 보고서를 자주 접하게 된다. 최근 읽은 보고서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2017년 전미경제평론(American Economic Review·AER)에 실린 카타리나 크놀 등이 쓴 1870∼2012년의 세계 실질 부동산 가격 분석에 관한 글이었다.

해당 논문이 발표되기 이전에도 부동산 가격의 역사적 변화를 연구한 논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피트 아이흐홀츠가 네덜란드의 오래된 마을, 헤렌흐라흐트 부동산 가격에 관해 연구한 것이다. 그는 오랜 노력 끝에 1629년부터 1972년까지 이 마을의 실질 주택가격을 계산해냈다. 해당 기간 마을의 주택 명목가격은 20배 상승했지만 실질주택가격 상승률은 제로(0)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주택가격이란 명목가격에서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가격이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적인 주택가격은 300여 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던 셈이다.

그러나 크놀 등은 1870년 이후 최근까지 세계 주요국 부동산시장의 가격을 분석해 헤렌흐라흐트 연구와 전혀 다른 결론을 얻었다. 1960년대까지는 헤렌흐라흐트처럼 주요국 실질 부동산가격의 상승률이 사실상 제로였지만 그 이후에는 평균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5배 상승했던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논문의 저자들은 철도망에 주목한다. 1950년대를 기점으로 주요국의 철도 건설이 중단되고 심지어 폐선(廢線)되면서부터 실질 주택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철도망의 건설이나 폐선이 집값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도 건설이 일종의 택지 공급과 같은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철도망이 건설돼 일자리가 많은 대도시로의 통근이 편해지면, 이는 도시의 면적이 확대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즉, 철도 건설 중단으로 택지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줄면서 주택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대상으로 23개 사업을 선정한 것에 대해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면제 대상으로 선정된 23개 사업이 전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최장(最長)의 통근시간으로 고통받는 수도권 대도시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과 신분당선 연장 건이 제외된 것은 다시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수도권으로 6만 명이 넘는 인구가 순유입됐다. 특히 경기도로 유입된 사람들에게 전입 사유를 물은 결과 주택과 직장 그리고 가족 형성 등의 순서였다고 한다. 서울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경기도로 새로운 집을 찾아 이동한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 만큼 서울 토지 공급 확대의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철도 교통망의 확충은 대단히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된다. 국토교통부가 예타 절차를 거쳐서라도 GTX-B노선 건설은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니 예타를 비롯한 앞으로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서울에 택지를 공급하는 효과가 있는 철도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있기를 기대한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철도와 집값의 상관관계#gtx b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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