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가입자 순위 4위인 LG유플러스(인터넷TV)가 업계 3위 CJ헬로(케이블TV)의 인수에 나서면서 이동통신사가 주축이 된 유료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소비자들에게는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는 결합 상품이 늘어나는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인수추진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CJ헬로 측과 막판 인수 협상에 돌입했다. 예상되는 매입 단가는 1조 원 안팎. LG유플러스는 협상안이 마무리되는 대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인수를 확정할 계획이다. 인수가 확정되면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은 24.43%로 1위인 KT 계열(스카이라이프, KT IPTV)에 이어 단숨에 2위로 올라선다.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높아진 지배력을 앞세워 다양한 결합 상품 등을 내놓을 경우 기존 가입 고객의 대이동이 불가피하고 결국 다른 이통사와 케이블TV 간의 합종연횡을 촉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다른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료방송 가입자를 대상으로 자사 통신사로 번호이동하면, 통신요금이나 방송 콘텐츠 이용료를 크게 할인해주는 결합 상품이 대거 출시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이통사와 케이블TV 업체가 서로 개인정보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결합 상품의 할인 폭과 다양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콘텐츠의 종류 또한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통신사들은 자체 콘텐츠 플랫폼을 개발해 자사 IPTV에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제공하는 등 미디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의 등장 이후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합병(M&A)으로 자사의 콘텐츠 수요자층을 확보하면 콘텐츠 개발에 들인 투자비용 대비 효과가 커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상품 시장에도 활기가 더해질 수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각 통신사는 음성으로 TV 채널을 바꿀 수 있는 AI 스피커 상품을 가지고 있다. 이는 보통 리모컨과도 연동되는데 해당 유료방송 시장을 통신사가 장악하면 연동된 다양한 콘텐츠 상품이 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T SK텔레콤 등 다른 이통사도 케이블TV와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가 합병으로 2위로 올라서면 유료방송 시장의 4위와 5위는 케이블TV 업체인 티브로드와 딜라이브가 남는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IPTV는 2008년 말 국내에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9년 만인 2017년 11월 가입자 수가 케이블TV를 넘어섰다”며 “지배력이 약화돼 출구 전략을 짜고 있는 케이블TV 사업자와 미디어 경쟁력을 키우고자 하는 통신사의 니즈(욕구)가 맞아떨어져 향후 유료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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