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앞세워 가격경쟁력 확보… LCD 패널 이어 TV도 시장주도권
프리미엄 시장은 한국 아직 우세
중국 샤오미는 지난해 12월 55인치 4K TV를 2199위안(약 37만3830원), 32인치 모델은 699위안(약 11만8830원)에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55인치 4K TV 가격은 90만 원대다. 샤오미 제품의 가격이 삼성전자의 ‘반값’ 이하인 셈이다.
10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7년까지만 해도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한국(32.4%)에 비해 5%포인트 이상 뒤진 27.2%에 불과했던 중국 기업들의 액정표시장치(LCD) TV 출하량이 지난해 1∼9월 기준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점유율은 중국이 31.9%, 한국이 30.6%로 근소한 차이지만 앞으로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매출로 따지면 아직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으나 출하량에선 2006년 이후 공고히 유지해온 1위 자리를 13년 만에 중국에 내준 것이다. IHS마킷은 이를 두고 ‘떠오르는 중국’이라고 평가했다. LCD TV용 패널 시장에서 2017년부터 중국이 한국을 앞서더니 지난해부터는 LCD TV 시장에서도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점유율을 빠르게 늘린 데는 중저가 제품에서 기술 격차가 거의 없어진 반면 가격은 현격히 낮아진 덕분이다. 샤오미뿐 아니라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TCL 등 대표적인 중국 메이저 TV 제조사들의 가격 역시 한국 기업에 비해 30% 가까이 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기술력을 빠르게 키우면서 정부의 보조금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LCD TV용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의 패권을 중국에 빼앗긴 것이 TV 완제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세계 대형 TFT-LCD 시장에서 중국의 BOE가 23%의 점유율로 LG디스플레이(20%)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TV 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발판 삼아 중저가 완제품 시장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것이다.
다만 매출은 여전히 한국이 크게 앞선다. 지난해 1∼9월 LCD TV 시장 매출은 한국이 전체의 44.8%를 차지해 2위 중국(23.3%)과 격차가 크다. 국내 TV 제조사들이 저가 출혈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기술력이 필요한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앞서고 있지만 중국이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라며 “이 시장에서 기술격차를 유지하려면 선제적 연구개발(R&D)과 마케팅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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