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증가율 2.8%로 7년 만에 '최고'
소비자심리지수는 여전히 '비관론' 우세
대체로 동행하지만 일시적으로 차이 발생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 때도 엇갈린 흐름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을 만큼 소비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는데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꽁꽁 얼어붙은지 오래다.
최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 있겠지만 이렇게 지표와 소비심리가 따로노는 이유는 뭘까. 바로 심리지수가 부정적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14일 한은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19년 2월)’에 실린 ‘소비자심리지수와 민간소비 간의 관계’ 분석에 따르면 최근 민간소비와 소비심리의 움직임은 큰 흐름에서는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변동폭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6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소비자심리지수(CCSI)와 민간소비 증가율 자료를 토대로 분석된 결과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3.5%, 2분기 2.8%, 3·4분기 2.5%로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평균 증가율은 2.8%로 1년 전 수준(2.6%)보다 0.2%p 확대됐다. 지난 2011년 2.9%를 기록한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낸 것이다.
CCSI의 추세는 달랐다. 지난 2017년 지수가 큰 폭 상승하며 장기평균치(100)을 웃돌았으나 지난해 점차 내려앉더니 3분기(99.9) 이후 평균치 밑으로 아예 떨어졌다. 4분기에는 97.3으로 더 내려갔다. 지수가 100 아래라는 것은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소비자보다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다.
연평균 CCSI 추이를 보면 2017년 105에서 지난해 103.2로 하락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확대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제 민간소비와 소비심리는 장기적인 추세로 봤을 때에는 대체로 동행하지만 때로는 일시적 차이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5년 1분기~2016년 2분기에도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사태 등의 영향으로 소비심리는 하락했으나 민간소비는 개선 흐름을 보였다.
이는 민간소비의 경우 소비심리뿐만 아니라 가계소득, 고용상황 등 여러가지 경제 변수들에 영향을 받지만 심리지수는 주가 하락이나 경기둔화 우려, 자연재해 등 부정적 뉴스에 주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CCSI는 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의 주요 지수를 표준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한은이 뉴스 기사에 반영된 불확실성 정도를 측정한 우리나라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와 비교한 결과 CCSI는 반대로 움직였다. 불확실성 지수가 올라가면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낮아지면 상승했다.
한은은 “2017년 이후 소비심리가 실물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변동한 측면을 감안하면 향후 민간소비가 단기간 내에 둔화할 가능성은 낮다”며 “정부의 이전지출 확대와 내수 활성화 정책 등이 소비의 완만한 증가 흐름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고용상황 개선 지연, 자영업 업황 부진 등으로 소비심리 부진이 장기화되면 민간소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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