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들이 14일 고용센터를 방문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정부의 고용 지원 정책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센터에서 4명의 실직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정부의 구직활동 지원이 좀 더 세심해야 져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전년 대비 1만9000명 증가에 그치는 등 고용 사정이 악화되자, 정부가 구직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장관은 “고용 사정이 좋지 못한 데에 일자리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으로서 마음이 무겁다”며 “현장에서 구직활동 하시는 분들의 말씀을 듣고, 정부가 드릴 수 있는 방안이 뭔지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 여성 구직자는 “구직자 내일배움카드로 받을 수 있는 훈련 과정이 7, 8개월로 너무 길다”고 말했다. 그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수업만 들어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집약적인 짧은 훈련과정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이 장관 옆에 자리한 나영돈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훈련에 불필요한 과정이 많아진 것인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청·장년층 취업을 돕는 사업인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 중인 한 60대 남성은 “중장년층 일자리 자체가 경비, 청소 용역 등으로 국한돼 있다”며 “고령자에게 적합한 새로운 일자리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또 다른 구직자는 “훈련 참여수당이 너무 적어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아르바이트 시간을 제한한다. 규제를 줄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취업성공패키지 지원금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한국형 실업부조를 도입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상담원의 전문성을 지적하는 불만도 나왔다. 게임업체에 다니다 실직한 한 구직자는 “상담원과 재취업 상담을 하는데 상담원이 내가 원하는 전문직을 잘 몰라 엉뚱한 조언을 해줬다”며 “특별 분야까지도 조언해줄 수 있는 전문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신기술, 신직업이 나오는 현실을 상담원이 따라가지 못했다. 상담원의 재교육을 늘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경기 침체로 실직자가 늘면서 실업급여 지급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6256억 원으로 지난해 1월보다 38.8%(1747억 원) 늘었다.
이 장관은 현재 고용 상황에 대해 “임금근로자 중 1년 이상 일하는 상용직이 늘고 있고,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늘었다. 고용의 질 측면에서는 나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보험은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 등 자영업자 지원을 확대하면서, 가입자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이 장관은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일자리는 민간에서 잘 만들어져야 전체적 고용상황이 나아진다”며 “부족하다면 정부가 공공부문 투자를 해서라도 일자리 만드는 게 책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