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관료들은 규제의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에서 부처들의 소극적인 규제 행정을 질타한 데 이어 규제개혁이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이 규제를 보는 공무원의 잘못된 인식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국 규제정책위원회(RPC)와 공동으로 ‘한국과 영국의 규제개혁정책’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한국의 규제개혁정책’을 발표한 김정욱 KDI 규제연구센터 소장은 “한국도 영국처럼 규제 도입 때마다 규제로 인한 비용을 분석하는 규제영향분석서를 도입했지만 정부가 규제의 편익은 크고 비용은 적게 산정하는 등의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내실화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립 에이플러 RPC 유럽 및 국제협력국 과장은 영국 규제개혁의 핵심 원칙, 제도와 함께 2015년 도입된 기업영향목표(BIT·Business Impact Target) 제도를 소개했다. 정부 부처별로 의회 회기 내에 달성해야 하는 규제비용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고 시행한 뒤 회기가 종료할 때마다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에이플러 과장은 “규제 신설로 비용이 1파운드 늘었다면 기존 규제를 없애 1파운드가 상쇄되는 원칙으로 규제총량제가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규제학회 주최로 열린 ‘혁신성장과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도 현 정부의 규제혁신 정책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와 관련해 곽노성 한양대 특임교수는 “임시허가제, 시범사업 등 유사한 제도를 운영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여러 부처가 동일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책임 소재가 모호하고 사업자가 우호적인 부처를 찾아다녀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규제 환경 때문에 헬스케어, 클라우드 컴퓨팅 등 각종 신산업 진출 기회가 좌절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영국처럼 규제총량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의 실험적 활동에 대해 보편적으로 자유를 보장해주고 국민들이 규제개혁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통 큰 규제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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