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 “서울 1월 0.43% 하락”… KB국민은행은 “0.01% 하락” 집계
표본-집계방식따라 결과 달라져 같은 지역 하락-상승 엇갈리기도
“소비자 용도따라 선택적 활용을”
“어떤 통계에선 집값이 급락했다 하고, 다른 데선 보합이라니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올해 부동산 시장을 놓고 부동산 통계기관별로 온도차가 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두 기관이 내놓은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 수치가 각각 ―0.43%와 ―0.01%로 크게 달랐다. 이달 초 주요 포털사이트의 부동산 투자 카페에선 어디를 믿고 투자 결정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부동산 가격은 주식 등 다른 자산만큼 매달 가치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 1개월 만에 0.4%대 하락은 사실상 ‘폭락’, 0.01% 하락은 사실상 ‘보합’을 의미한다. 같은 시기, 같은 지역의 변동률을 조사하는데 두 기관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지역을 놓고 한 기관은 상승, 다른 기관은 하락이라는 엇갈린 통계를 내놓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 감정원은 경기 하남시 아파트 가격이 0.02% 하락한 것으로 집계했다. 반면 같은 시기 KB국민은행은 이곳이 한 주 만에 0.30% 올랐다며 전국 집값 상승률 1위 지역으로 꼽았었다.
두 기관의 통계가 엇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통계의 기초 자료인 표본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은 전국 3만 채, 감정원은 1만5000채를 조사해 결과를 내놓는다. 서울만 놓고 보면 KB국민은행이 6400채를 조사한다. 감정원 측은 “통계청 국가통계 승인을 받으면서 전체 조사 대상은 공개하지만 지역별 통계 지표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서울 지역의 표본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여기에 호가(呼價) 위주인지, 실거래 가격 위주인지 등에 따라 차이가 더 벌어진다. 업계에서는 감정원 통계가 호가를 더 많이 반영하면서 변동 폭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례로 지난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한창 오를 때, 감정원은 한 달 만에 서울 아파트값이 1.65% 올랐다고 발표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같은 시기 서울 아파트 가격이 1.12% 올랐다고 밝혔다. 호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큰 급등락 시기에 두 기관의 통계 차이가 벌어진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집값 지표 집계방식이 달라 어느 기관의 통계가 옳고 그르다고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지표에 따라 실제 거래에 방점을 찍기도, 시장의 방향성에 중점을 두기도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어떤 지표가 어느 상황에 쓰이는지 알고 ‘선택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KB 아파트 시세’는 모든 대출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 집주인의 경우 감정원 통계가 얼마나 떨어지든, KB 시세의 가치가 유지될 경우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에 변동이 없다. 반대로 감정원 통계는 규제조정지역 지정, 분양가상한제 지역 지정 등 정부가 규제지역을 설정하는 기초 통계로 쓰인다. 규제지역을 피해 부동산 투자를 할 경우 KB국민은행보다 감정원 통계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관에 따라 통계가 달라질 수 있지만 감정원 시세 통계는 정부 주택정책에 쓰이는 주요 지표인 만큼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수요자 입장에서는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두 기관의 통계를 참고하되 직접 현장을 찾아 시세를 확인하며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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