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어떻게 떠나고 싶으세요?” 이 질문이 당황스럽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9일 16시 19분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연휴에 일본 가나자와(金澤)시를 다녀왔다. 1932년 윤봉길 의사가 상하이(上海)에서 의거를 일으킨 뒤 끌려와 순국한 도시다. 이곳에 있는 21세기 현대 미술관에서는 미국 컬럼비아대의 데스랩(Death Lab)에서 제작한 ‘죽음의 민주화’라는 주제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데스랩은 이름이 말해주듯 죽음에 대해 건축이나 환경학적 시각에서부터 사회 종교적인 방향까지 연구하고 있다.

이 전시를 보며 죽음과 끝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기업 인사들을 코칭할 때 던지는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종종 임원들에게 ‘이 회사를 어떻게 떠나고 싶으세요?’라고 묻는다. 회사에 취임한지 얼마 안 된 최고경영자(CEO)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질문에 당황하는 경우도 더러있다. 당혹스러워 보이는 이 질문은 CEO든 임원이든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프로젝트를 할 때 우리는 항상 끝, 즉 목적이나 결과물에 대해 미리 생각해본다. 끝을 생각해야 프로젝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할 때나 개인적 삶에서는 이러한 끝을 미리 생각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끝을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10년 뒤에 임원이 되겠다든지, 집을 사겠다든지 하는 미래에 대한 계획과는 다르다. 마무리를 어떻게 짓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다. 당연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 질문을 다르게 던지는 방법은 ‘회사를 떠날 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라고 묻는 것이다. 회사를 떠날 때 사람들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를 기억할 수 있겠지만, 내가 기억되고 싶은 것은 한두 가지 정도로 좁혀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구체화되면 이 직장을 다니는 동안 내가 어떤 부분에 더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직장생활의 나침반을 획득하는 셈이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자기 계발서 중 하나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스티븐 코비가 제시한 두 번째 습관은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Begin with the end in mind)’였다. 끝에 대한 그림이 명확할 때 우리는 좋은 출발을 하고, 여정을 제대로 밟아 나갈 수 있다.

현재 다니는 ‘직장의 끝’에서 생각을 더 확장해면 ‘은퇴할 때’를 생각해볼 수 있다. 나는 어떻게 은퇴하고 싶은가? 일하면서 돈을 버는 생활을 마감할 때를 상상해보면 그 때는 언제쯤이고, 어떤 모습일까? 그 때 나는 왜 경제생활을 그만두고 은퇴를 하게 되는 것일까? 은퇴라는 하나의 마무리는 또 어떤 시작점과 연결될까?

끝에 대한 생각은 하루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나는 오늘 저녁 하루를 어떻게 끝맺음하고 싶은가?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 나는 어떤 느낌을 갖고 싶은가? 그런 느낌을 위해 내가 오늘 일정 중에 조금 다르게 해볼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끝에 대한 결정판은 역시 죽음에 대한 생각이다. ‘내 삶의 마지막이 어떻게 되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만으로도 끔찍하거나 재수 없다고 생각할 분들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삶에서 매우 중요한 질문을 피하는 것과 같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마무리에 대한 그림이 명확하지 않으면 바쁘게 일하고도, 정작 만들고 싶은 결과를 이루기 힘든 것과 비슷하다.

죽음이란 노인이 되어서 생각해야 하는 주제일까? 얼마 전 TV에서 소방관이 나와 직업적으로 늘 죽음의 순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오늘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살려고 한다는 말을 했다. 공감이 갔다. 끝과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는 것은 시간에 대한 시야를 축소시켜주는 매력이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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