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중 절반가량이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된 이후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거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체가 대출 심사를 이전보다 깐깐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한 사람들은 상당수 불법 사채시장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외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던 최고이자율 인하가 오히려 사채 시장을 키우는 풍선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은 19일 ‘대부업·사금융 시장 이용자 및 업계 동향 조사 분석’ 자료를 내놨다. 연구원은 최근 3년 동안 대부업·사금융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3792명을 대상으로 대부업체 거절 경험, 대출 목적, 대부업체 거절 후 자금 마련 방안, 사금융 피해 내용 등을 설문 조사했다.
조사 결과 설문 대상자 중 54.9%가 지난해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거절당했다고 답했다. 2016년(16.0%)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연구원 측은 “지난해 최고금리가 인하된 이후 대부업 대출 승인율이 감소하고 있다”며 “대부업체는 새로 신용대출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고객을 상대로 대출액을 늘리거나 담보대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업체가 담보대출을 늘리면 담보가 부족한 금융소외 계층은 신규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대부업체 293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응답한 업체의 45.2%가 신규 대출 승인을 받은 소비자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또 22.1%는 신용대출 영업을 아예 중단했고 32%가 신용대출 영업을 줄였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이용자 45만∼65만 명이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했고 그 규모가 5조7000억∼7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법정 최고금리의 급격한 인하가 역설적으로 저신용자를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는 2002년 연 66.0%에서 2010년 44.0%로 떨어졌고 지금은 24.0% 수준까지 인하됐다. 최고금리를 20%까지 내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따라 정부가 작년 2월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췄기 때문이다.
공약대로라면 정부는 앞으로도 최고금리를 추가로 낮춰야 하지만 정부도 그 부작용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이 문제에 대해 “서민들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 우려가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정책 당국의 고민이 크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언제 어디까지 낮출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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