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장이 달라졌다. 20평대 집에서도 60인치 이상 TV를 선호한다. 소비자들은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보던 ‘넷플릭스’의 영화와 드라마를 그대로 거실 TV에서도 이어본다. 시커먼 대형화면이 거실을 차지하는 게 아니라 벽에 붙어있는 듯한 얇은 TV에는 미술관에서 보던 예술작품이 띄워져있다.
TV를 보지 않을때는 세계적 명화가 담긴 갤러리 액자로 변신한다. 시계나 달력, 날씨를 띄우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옮겨와 게임을 하고 문서작업을 할 수 있다. 음성을 인식하는 TV는 인공지능(AI)의 허브로도 쓰이며 ‘다재다능’한 멀티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삼성전자가 TV에 애플, 아마존, 구글 서비스를 탑재한 이유도 ‘확장성’을 노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애플과 스마트 TV 콘텐츠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애플의 ‘에어플레이’와 ‘아이튠즈 무비& TV쇼’, 아마존의 음성인식 ‘알렉사’, 구글의 ‘어시스턴트’를 삼성전자 TV에서 마음껏 쓸 수 있다.
다양한 IT서비스를 TV에서도 끊김없이 작동하길 바라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는 TV시장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스마트폰 등 IT기기에 비해 교체주기가 긴 TV를 선택할 때 초대형,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한다. TV업계 관계자는 “혼수 가전을 준비하는 2030세대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작은 평수에서도 대형 화면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가 이제는 대세로 정착됐다”며 “TV를 활용한 콘텐츠 플랫폼 이용의 증가와 함께 화질과 화면의 크기가 소비자들의 주요 구매 관여도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초대형 TV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내 TV 유통에서는 ‘TV 인치=거주면적+40인치’라는 새로운 구매 방정식이 생겨날 정도다.
한 가전 업체의 고객 대상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20평대 거주자가 구매한 TV 평균 크기는 53.4인치로 아파트 평수에 약 30인치를 더해 TV를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평균 TV 교체 주기인 7년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에서 판매된 TV 평균 크기를 비교한 결과, 7년마다 10인치씩 늘어나기도 했다.
초대형 TV 선호 트렌드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전 세계 TV 출하량이 지속 감소 추세이지만, 초대형 TV 시장은 증가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 집계에 따르면, 2016년 5.2%였던 60인치 이상 대형 TV의 판매비중은 2017년 6.8%, 2018년 8.6%로 성장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25%에 이른다. 이에 삼성전자는 초대형TV 시장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라인업의 절반 이상을 75인치 이상 제품으로 구성했다.
소비자들이 작은 평수에서 초대형 TV를 찾는 데는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OTT)의 급성장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나 왓챠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초고화질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대형 TV를 활용해 이를 즐기려는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킬러 콘텐츠로 대표되던 콘텐츠 업계들의 승부수에 초고화질 영역이 추가되면서 초대형 TV 시장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프라임 등 대형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업체들이 4K 고화질 콘텐츠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소비자들도 손쉽게 고화질로 제작된 콘텐츠를 찾아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8K 초고화질을 구현하는 TV도 시중에 출시된 만큼 콘텐츠 업체들도 발빠르게 초고화질, 초대형 TV 시대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고화질 콘텐츠의 전송 규격인 HDMI2.1을 탑재한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된다. 8K 초고화질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8K 시장을 빠르게 연 삼성전자는 올해를 진정한 8K 원년으로 잡았다. 전세계 60개국에 8K TV를 출시한다. 아직 방송 등 콘텐츠 시장에서 8K 제작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점도 감안, 4K나 풀HD 영상도 8K 수준으로 화질을 개선해 주는 ‘8K AI 업스케일링(Upscaling)’ 기술도 적용했다.
추종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시장 트렌드는 무조건 초대형”이라며 “초대형은 반드시 화질이 따라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TV 시장에서 화질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해 줄 수 있는 기술이 8K라는 것이다. 추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초대형 전략과 8K 전략은 맞물려 돌아간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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