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신규 사업지 분양가가 시세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등장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새 분양가 책정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매매수요가 분양시장으로 쏠리는 현상을 차단해 자칫 발생할 집값 이상 징후에 대비하려는 목적으로 해석한다.
◇ 로또분양은 옛말…올해 서울 분양가 시세와 엇비슷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분양 일정을 시작한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 3.3㎡당 평균 분양가는 2469만원으로 책정됐다.
업계에선 이번 분양가가 공개되자 시장에선 예년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까지 분양시장은 주변 시세보다 많이 싸 ‘로또청약’이라 불렸다. 올해 들어선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없어 매력이 떨어졌다.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7억8200만∼8억9128만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같은 홍제역 역세권 입지인 ‘홍제센트럴 아이파크’ 분양권은 지난달 9억1700만원에 거래됐다.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가 대형 브랜드와 가격 차가 거의 없는 셈이다.
최근 변화는 불과 몇 달 새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 11월 은평구 ‘힐스테이트 녹번역’은 3.3㎡당 1995만원에 분양했다. 2017년 10월 등장한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1699만원)’보다는 비싸졌지만, 인근 시세보다는 약 2억원 싸 매력적인 가격이란 평가였다. 1순위 청약 경쟁률도 59 대 1에 달했다. 올해 들어 분양가 책정 심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정부는 집값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9·13대책 이후 전반적인 조정세지만, 정부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서민에게 여전히 집값이 소득보다 너무 높은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청약시장 쏠림으로 집값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올해 서울 분양가는 당연히 반려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 거래절벽인데…시세는 호가 기준?
HUG 분양보증 기준은 서울·세종을 포함한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선 ‘1년 이내’ 인근(자치구) 신규 사업장 평균 분양가의 110%를 넘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다. 주변에 신규 분양이 없으면 기존 주택 시세의 110% 이하를 적용한다.
지난달 분양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분양가는 3370만원이었다. 광진구에선 1년 이내에 분양이 없어 인근 시세가 기준이 됐다. 문제는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며 사실상 시세를 책정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와 인접한 대표 단지로 지난해 9월에 입주한 ‘래미안구의파크스위트’가 꼽힌다. 이 단지는 지난해 4분기 이후 분양권·매매 거래는 단 1건이다. 현재 시세는 호가를 반영한 수치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집값 최고점을 찍은 이후 조정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분양가만 오르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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