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울리는 미성년자 주류판매 ‘이중처벌’ 논란

  • 뉴스1
  • 입력 2019년 2월 26일 08시 02분


미성년자 걸러내려 업소서 ‘신분증 감별기’ 동원해도 허사
형사처벌은 피해도 행정처분은 못 피해 “가뜩이나 힘든데”

청주 서원구의 한 술집 앞에 ‘신분증 감별기’설치를 알리는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 뉴스1
청주 서원구의 한 술집 앞에 ‘신분증 감별기’설치를 알리는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 뉴스1
“경기도 안 좋아 가뜩이나 어려운데 미성년자 한 번 잘못 받았다가는….”

충북 청주의 대학가나 인파가 모이는 술집마다 ‘미성년자 경계령’(?)이 내려졌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오래다.

과태료도 과태료지만, 영업정지에 따른 피해는 단순히 금전적인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탓이다. 자영업을 영위 중인 이들에게 업장 개폐 여부는 곧 ‘신용’과 직결된다.

때문에 미성년 고객의 출입을 막기 위한 업소들의 고충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경각심을 가져도 업주나 직원 입장에서 미성년자를 식별(?)하는 일이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 청주의 한 대학가에서 주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영업정지 6일의 처분을 받았다.

주민등록을 확인하고 손등에 ‘확인도장’까지 찍어가며 미성년자 출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단체 손님 사이에 끼어있는 일부 미성년을 걸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들은 함께 온 성인 고객이 주민등록 확인을 받은 이후 도장을 받으면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서로 손등을 맞대 확인도장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신분증 검사를 피하고 있다.

가장 보편화(?)된 신분증 위·변조 역시 업주들을 여전히 괴롭힌다.

오죽하면 업소마다 신분증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감별기’까지 등장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관계없음.  © News1 DB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관계없음. © News1 DB

이처럼 업주들은 미성년자들에 주류를 판매해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큰 탓에 직원 교육까지 시켜가며 ‘미성년자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걸리면 과태료·영업정지’라는 무관용 원칙의 행정처분은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두 번 울린다.

고의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리는 형사법적 판단과 달리 미성년자 주류 판매에 대한 지자체 행정처분은 행위 자체의 엄격한 제재에 맞춰져 있다.

영업정지 6일의 처분을 받은 A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익명의 신고전화를 통해 미성년자 주류 판매로 경찰에 적발된 이 업소는 최근 경찰 조사결과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경찰의 판단에도 A씨의 업소는 관할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6일의 처분을 받았다.

식품위생법상 행정처분 기준에 따른 처분이다. 고의성 여부는 행정처분의 감경을 결정하는 요소에 지나지 않았다.

업주가 미성년자임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류를 판매했거나, 신분증 위·변조에 속아 술을 판매하는 등 고의성이 없었다 하더라도 행정처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단 얘기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행정처분 기준을 보면 A씨의 경우처럼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한 식품접객업자가 청소년의 신분증 위·변조 또는 도용으로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도 행정제재 대상이다.

현실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폭행 또는 협박으로 인해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돼 불기소처분이나 선고유에 판결을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영업정지(60일의 기간 중 10분의 9 이하의 범위 내 경감)나 영업장 폐쇄(영업정지 3개월 이상 범위에서 경감) 처분에 따른 경감은 가능하다.

그러나 행정처분 자체를 비껴갈 수는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줄곧 업주들의 불만은 이어져왔다.

A씨는 “형사법상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음에도 영업정지라는 행정처벌을 내리는 것은 이중처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 힘든데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현실도 감안해 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구청 관계자는 “구청은 관련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집행할 뿐”이라면서 “형사법적 판단과 식품위생법이 연동된다고 볼 수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현실적으로 업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관련 규정(식품위생법 행정처분 기준)은 관련법 개정으로 6월부터 삭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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