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가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요구한 ‘8조3000억원’ 고배당을 둘러싼 양측의 전면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28일 현대차그룹과 엘리엇 등에 따르면 현대차와 모비스 주식을 각각 3.0%, 2.6% 보유하고 있는 엘리엇은 지난 1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우선주를 포함해 배당금 5조8000억원과 2조5000억원을 각각 요구했다. 이는 지난해 양사가 올린 순이익(현대차 1조5081억원·모비스 1조8882억원)의 3배에 육박하는 액수다.
엘리엇은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과 경쟁관계인 미국 제네럴모터스, 중국 전기차 업체 등에서 일해온 2명의 외국인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엘리엇이 추천한 루디 본 마이스터는 ZF 프리드리히스하펜 AG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경영자를 지낸 인물로, GM과 대우간 합병 추진과정을 관리감독해왔다. 로버트 밥 크루즈 역시 제네럴모터스에서 40년 가까이 일한 인물로, 최근에는 중국계 전기차 기업 카르마오토모티브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활동했다.
현대차그룹이 22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순이익의 3배에 육박하는 배당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지급하고, 경쟁사에서 활동해온 비우호적 인물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엘리엇을 막아내야하는 현대차그룹과 단기간에 최대한의 수익을 내야 하는 엘리엇이 치열한 표싸움에 나설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엘리엇 등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몽구 회장과 모비스 등 등 특수관계인이 29.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엘리엇은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정몽구 회장과 특수관계인 30.17%, 엘리엇이 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이 가진 지분은 현대차그룹이 가진 지분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이다. 27일 종가 기준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은 44.87%(캐피탈그룹 7.16%), 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46.53%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는 단기투자자와 장기투자자의 투표성향이 엇갈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전문가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적극적 주주환원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지만 엘리엇이 주주배당을 늘려주겠다며 외국인투자자들을 아군으로 포섭할 가능성이 높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현대차 지분의 8.7%, 모비스 지분의 9.45%를 가진 국민연금공단은 현대차그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국내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을 통해 배당금 지급 수준이 회사의 이익규모, 재무상황 등을 고려하여 주주가치를 훼손할 정도로 과소 또는 과다한 경우 반대표를 행사하도록 정하고 있다.
현대차와 엘리엇은 우호세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엘리엇은 27일 오후 별도 개설된 ‘엑셀러레이트 현대’ 홈페이지에 주‘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공개하고 “우리의 참여로 정기주총에서 회사의 문제 사항에 대한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에 대한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며 “모든 주주들이 지배구조 개편과 초과자본 상태의 대차대조표 정상화를 위해 제안된 이 의안들을 지지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들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콘웨이 멕켄지가 독립 분석보고서를 언급하며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의 순현금 자산은 경쟁사 대비 과대한 초과자본 상태”라며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모비스는 주주들에게 상당한 초과자본금을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멕켄지는 당시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의 서울 삼성동 HMC 부지, 녹십자생명보험 지분, 제주도 해비치호텔&리조트 등을 지적하며 “현대차는 8조~10조원, 현대모비스는 4조~6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 현대차 이원희 사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약 14조원~15조원 수준의 필수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부터 5년간 연구·개발(R&D)과 미래기술분야에 45조3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아울러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022년 기준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 7%, 자기자본이익률 9%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현대차의 자기자본이익률은 2013년 18.6%에 달했지만 지난해 기준 1.9%까지 떨어진 상태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잉여현금흐름(FCF) 30~50% 배당 기조 아래, 글로벌 업계 평균 수준의 배당성향 달성을 지속하고, 수익성 개선에 기반한 주주환원 확대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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