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9일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는 1조 원대의 ‘홈플러스 리츠’가 리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츠는 불특정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하고 임대료 등을 수익으로 배당하는 간접투자기구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갈 곳 없는 유동자금을 끌어올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지만 종목별로 실적이 엇갈려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4일 국토교통부와 홈플러스 등에 따르면 홈플러스 리츠(한국리테일 홈플러스 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가 18∼20일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전국에 있는 홈플러스 대형매장(81곳) 중 51곳을 사들여 운영하는 상품으로 홈플러스가 지급하는 임대료가 주요 수익원이다.
공모 예정 금액은 1조5000억 원 이상이다. 공모 리츠 가운데 규모가 1조 원을 넘는 건 홈플러스 리츠가 처음이다. 희망 공모가는 주당 4530∼5000원이다. 홈플러스 측은 올해 임대료 수익이 2200억 원 이상으로 예상돼 목표 배당수익률을 최대 연 7%로 잡았다.
기관투자가 중심의 사모 리츠와 달리 공모 리츠는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다. ‘커피 한잔 값으로 건물주 되기’라는 홍보 문구처럼 소액으로 대형 빌딩이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유동자금을 분산할 목적으로 리츠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해 상장 예비심사를 없애 상장기간을 줄이고, 증권사가 아닌 시중은행에서도 개인이 리츠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등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이리츠코크랩과 신한알파리츠 등 굵직한 공모 리츠들이 지난해 연달아 상장한 것도 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리츠코크랩은 이랜드의 유통매장, 신한알파리츠는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알파돔Ⅳ’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 리츠다.
하지만 상장 리츠 수가 6개(지난달 말 기준 시가총액 6635억 원)에 그치는 등 시장 규모가 작고 일반 투자자 사이에 아직 인지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다. 리츠가 활성화된 미국은 공모 리츠의 상장 시가총액이 1000조 원을 넘는다.
기존 상장 리츠들의 실적이 부진한 것도 리츠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대형 유통 리츠로 기대를 모았던 이리츠코크랩은 지난해 6월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5000원) 대비 10% 이상 하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일 현재 4800원에 마감했다.
홈플러스 리츠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배당수익률이 높지만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실적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서다. 홈플러스 리츠의 최대주주인 홈플러스스토어즈의 영업이익은 2016년 3209억 원에서 2017년 2404억 원으로 줄었다. 공모금액이 1조 원대로 너무 커서 청약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부동산 투자 수요가 워낙 큰 만큼 리츠 시장 규모도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줄 수 있는 리츠를 잘 골라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좋은 리츠 종목을 고르려면 리츠의 기초 자산이 얼마나 좋은 위치에 있는지와 리츠 운영 회사의 안정성, 배당수익률의 지속성 등 세 가지 요소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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