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성수기’인 봄이 왔지만 서울 주택시장의 ‘겨울’은 계속되고 있다. 주택 매매거래가 줄면서 가격과 거래량 모두 하강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주택 시장의 향후 전망을 보여 주는 재건축아파트 가격의 하향세가 길어지고 있다.
1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지난주 0.02% 떨어지면서 지난해 11월 첫 주 이후 18주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114 측은 “서울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18주 연속 떨어진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관 집계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아파트 값은 2012년 19주 연속 하락한 적이 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18주 동안 누적으로 2.4% 가격이 빠졌다. 아직 지난해 1년 동안 오른 전체 상승폭(16.8%)에 비해 하락폭은 작다. 다만 하락기간이 길어지는 추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전용면적 101㎡)이 1500만 원 떨어져 16억~16억2000만 원,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전용 82.51㎡)가 500만 원 하락한 17억9000만~19억 원 수준의 시세를 보였다.
서울의 주택매매 ‘거래절벽’ 현상은 3월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일 현재까지 거래된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455건에 그쳤다. 10일까지의 거래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3월(1만3813건)과 비교하면 3.3% 수준이다.
이미 서울의 2월 아파트 거래량은 1587건으로 2006년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2월(1만1111건)보다 85.7% 급감했다. 이달에도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저 거래량 기록을 바꿀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당분간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 하락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주택 매수자들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하락하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 반전하려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매 전환’이 일어나야 하는데 아직 그런 조짐이 없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량이 계속 줄어들면 결국 집값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4, 5월에는 서울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영향 때문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부동산 보유세는 그 해의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6월 1일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부과된다. 만약 5월까지 부동산을 처분한다면 올해 세금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미 서울의 단독주택은 올해 공시가격이 17.75% 올랐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도 지난해 급등 단지를 중심으로 두 자릿수 인상이 예고됐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올해 보유세 인상을 의식해 이미 시장에선 부동산 등기부등본 명의 이전을 5월 안에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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