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수가 19년 만에 최대치를 보인 가운데 기업이 직원을 더 뽑을 수 있는 여력인 ‘빈 일자리’ 수가 1월을 기준으로 7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비교적 안정적이고 임금이 높은 제조업의 빈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
10일 통계청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1월 빈 일자리는 16만6700개로 지난해 1월(20만6417개)보다 3만9717개 감소했다. 2012년 1월(14만850개) 이후 1월을 기준으로 가장 적다. 감소 폭은 2011년 9월(6만850개) 이후 88개월 만에 최대치다. 빈 일자리는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12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줄었다.
빈 일자리는 조사를 진행한 달의 마지막 영업일 현재 기업이 한 달 내 채용을 목표로 구인활동을 하고 있는 일자리를 의미한다. 구인활동은 모집공고는 물론이고 구두홍보 등 채용을 위한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즉시 취업자를 만들 수 있는 잠재적 일자리인 셈이다.
현 시점에서 빈 일자리 수 감소가 문제가 되는 건 실업자 수 대폭 증가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실업자 수가 감소하면서 빈 일자리 수가 줄어든 것이라면 ‘일자리 미스매칭’이 해소되고 있다는 청신호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올 1월 실업자 수는 122만4000명으로 1월을 기준으로 2000년(123만2000명) 이후 가장 많다. 기업이 문을 닫거나, 추가 인력을 뽑을 여력이 없다 보니 빈 일자리 수는 감소하고 실업자 수가 늘어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1월 빈 일자리는 제조업이 3만5114개로 지난해 1월보다 1만2761개 줄며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또 인건비 인상 등으로 2017년 12월부터 1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줄어든 도소매업에서도 1만1600개의 빈 일자리가 사라졌다. 대형 사업장보다 비교적 취업이 쉬운 분야에서도 남은 일자리가 적어진 것으로 고용시장 활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 등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공급자의 환경이 현저하게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며 “일할 자리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균등화 가처분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에서 가구주가 실업 상태이거나 아예 구직을 하지 않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균등화 가처분 소득은 가구원 수를 고려해 가구원 한 명이 세금을 빼고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을 기준으로 삼는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1분위 가구에서 가구주가 실업자 또는 비경제활동인구인 비율은 71.9%로 2017년 4분기(65%)보다 6.9%포인트 상승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직업이 없으면서 최근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를 의미한다.
1분위에서 상용직 비율은 2017년 4분기 4.3%에서 지난해 1분기 1.7%로 2.6%포인트 감소했다. 취약계층이 고용 악화의 충격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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