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업이라는 낙인은 벗었는데 오선지 악보의 도돌이표처럼 4년 전 창업할 때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하니…….”
7일 만난 윤석민 조인스오토 대표(45)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밤을 새우며 사업 계획서를 준비해 이날 아침 일찍부터 기관투자가를 찾아 투자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이 회사의 온라인 폐차 비교 견적 서비스는 6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본심의위원회에서 2년간 현행법의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해주는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다. 2015년 창업 이후 불법으로 낙인 찍혔던 사업이 이제야 합법적으로 투자 유치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 회사의 서비스는 사용자가 조인스오토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에 폐차 사진과 정보를 올리면 폐차장들이 경매하듯이 입찰가를 매겨 서로 연결해주는 형태다. 사용자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업자와 폐차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사용자가 직접 폐차장을 다니거나 영업사원을 만나 견적을 내고 가격을 흥정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하지만 2016년 2월 개정된 자동차관리법(57조의 2)이 시행되면서 폐차 설비 시설이 필요한 ‘자동차 해체업’으로 등록하지 않고 폐차를 중개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폐차 설비를 투자할 여력이 안 된 조인스오토 역시 불법 업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 이후 윤 대표는 폐차 사업자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협회’ 소속 회원사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지난해 4월과 11월에 각각 불법 영업으로 고소를 당해 벌금 200만 원의 처분도 받았다.
실증특례 승인을 받는 과정 역시 험난했다. 지난달 20일 열린 1차 사전심의위원회에는 자동차재활용협회 측이 참석해 “불법 사업을 허용해주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위원회를 압박하기도 했다.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2차 회의 때까지 뾰족한 중재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윤 대표가 2년 동안 국내 폐차 시장의 2% 수준인 최대 3만5000대만 처리하고 사용자 본인 인증과 폐차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조건을 제시하며 가까스로 승인을 받아냈다.
이번에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통과했지만 한때 월 300건에 달했던 처리량은 이미 50건 수준으로 줄고 직원 5명도 모두 떠났다. 회사를 처음 설립했던 2015년으로 돌아간 셈이다. 폐차 업계의 반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윤 대표는 “일단 합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만도 감사한 상황”이라며 “조인스오토의 폐차 플랫폼을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업계와의 상생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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