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인 신한카드마저 현대·기아차와의 카드수수료 인상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카드업계의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이 쉽지 않게 됐다.
카드업계는 실패 책임을 수수료 개편을 주도하면서도 정작 갈등상황에서는 뒷짐지고 있는 금융당국에 물었다. 또한 이번 인상 실패가 다른 업권까지 확대될까 우려했다.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는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는데”라며 “(현대·기아차와의 협상실패는) 금융위원회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11월 금융위가 발표한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에 따라 연매출 500억원이 넘는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인상할 것을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이달초 현대·기아차에서 이를 반대하고 급기야 ‘계약해지’까지 통보하자, 카드사들이 줄줄이 백기를 들었다.
이날 업계 1위 신한카드까지 현대·기아차 요구안을 받아들이면서, 카드업계는 사실상 현대·기아차와의 수수료 인상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는 그 책임을 금융당국에 돌렸다. 중소·자영업자를 살리고 역진성을 해소하겠다면서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를 인상하라던 당국이 막상 협상에 난관을 보이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는 “초대형 가맹점의 카드수수료 인상은 금융당국이 마케팅 비용 산정방식을 개선하며 대형 가맹점 적격비용(원가)을 증가시킨 것에 기인한다”면서 “금융당국은 자영업자를 살리고 역진성을 해소하겠다며 초대형가맹점에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수수료 인상을 고집하던 카드사가 하나둘 백기를 들고, ‘계약해지’에도 버티던 신한·삼성·롯데카드까지 지난 12일 별안간 백기를 든 것과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공동투쟁본부는 “당국의 개편안에 따라 카드사들이 현대·기아차에 맞서고 있는 동안, 금융당국은 법과 원칙을 거론하면서도 물밑으로는 현 수준에서 원활히 협상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카드업계는 이번 현대·기아차 수수료 협상실패가 다른 업권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통업계와 3개 통신사에서 카드수수료 인상에 반대해왔다”면서 “현대기아차 수수료 인상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고 현재 일부 유통업계에서도 인상을 반대하며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잖아도 협상력 우위에 있는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 인상은 더 어려워지게 됐다”며 “이같은 분위기는 다른 업권까지 확대될 것”으로 우려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오는 2분기께 개편된 카드 수수료율 산정 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형가맹점에 대해 카드사들이 적격비용 이상의 수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이에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에 좀더 적극적인 가이드 마련을 요구했다.
금융공투본은 “법적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은 쉽지 않다”면서 “대기업이 협상력 우위란 점을 이용해 수수료 인상을 거부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규정을 마련해 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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