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엘리엇 대신 현대차 택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5일 03시 00분


수탁자위, 의결권 행사 방향 결론


국민연금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주주배당과 이사 선임 등과 관련한 회사 측 제안에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반면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요구에 대해선 반대하기로 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22일로 예정된 주총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전문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14일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를 열고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효성 등 4개 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했다. 수탁자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부터 이 회사들의 주총 안건에 대해 판단할 것을 요청받고 회의를 열었다. 국민연금 측은 “일반적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하지만 찬반 판단이 곤란한 사안은 수탁자위원회에 결정을 위임할 수 있다”고 했다.

수탁자위원회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된 주총 안건에 대해 엘리엇의 제안에 모두 반대하기로 했다. 엘리엇은 지난달 보통주 기준으로 현대차에는 주당 2만1967원, 현대모비스에는 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엘리엇 요구에 따르면 현대차는 배당금으로만 지난해 당기순이익(1조6540억 원)의 3배가량인 4조5000억 원을 내놔야 한다. 국민연금은 “엘리엇의 주주 제안은 과다하다”며 “배당과 관련해 현대차 이사회의 안건인 주당 3000원, 현대모비스 이사회 안건인 주당 4000원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현대차 측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 이사회가 추천한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등 3명의 선임을 찬성하기로 한 것이다. 반면 엘리엇이 추천한 3명에 대해선 현대차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엘리엇 추천자 가운데 로버트 랜들 매큐언은 현대차와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밸러드파워시스템의 회장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여기에 찬성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재선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현대차 사내이사 재선임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현대차 측은 22일 주총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현대차 지분 8.27%, 현대모비스 지분 10.0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두 회사 1대 주주인 정 회장 등 특수관계인과 2대 주주가 같은 의견인 만큼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엘리엇이 50%에 가까운 표를 모아야 한다. 현재 엘리엇의 지분은 현대차 3%, 현대모비스 2.7%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요구에 다른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 의결권 자문사 중 글래스루이스는 엘리엇 안에 반대하라고 했고 ISS 역시 사외이사 3명 중 1명에게 반대 권고를 한 만큼 해외 연기금이나 기관투자가들이 현대차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수탁자위원회는 남상구 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기아자동차 사외이사 재선임에 대해 감시의무 소홀을 이유로 반대하기로 했다. 효성의 손병두 전 전경련 부회장,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외이사 재선임,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에 대해서도 분식회계 발생의 책임이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건혁 gun@donga.com·강유현 기자
#국민연금#엘리엇#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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