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현대차가 제시한 수준서 수수료율 합의
“우월적 지위 활용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 요구했는지 점검”
금융당국은 대형가맹점들이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했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수수료율 수준 외에도 협상 과정에서 보인 행태 등도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7일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수수료율 협상은 상당히 중요하기에 자세히 볼 것”이라며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갑질’ 등 카드사를 꼼짝 못 하게 하는 행태 등에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상 금융당국은 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율 협상이 끝나면 그 결과의 적법성을 살피기 위해 현장 점검에 나선다. 그간 카드사들이 중소 일반가맹점에 적격비용(원가)보다 과다한 수수료율을 책정하지 않았는지를 살폈다면, 이번에는 유통·자동차·통신 등 대형가맹점이 막대한 취급액 규모를 무기로 카드사들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최근 마무리된 현대차와의 수수료율 협상에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지난해말 발표된 수수료 개편에 따른 마케팅비용 반영률 인상을 이유로 현대차 수수료율을 약 0.1%포인트(p) 높였지만, 현대차로부터 가맹점 해지까지 통보받은 끝에 현대차가 제시한 수준(0.05%p 내외)에서 협상을 타결했다. 카드사들은 유통·통신 등 대형 가맹점과는 아직 협상 중이다.
정부의 수수료 개편에선 일반가맹점 적격비용에 반영하는 마케팅비용 상한을 매출액 구간별로(30억∼100억원, 100억∼500억원, 500억원 초과) 차등화했다. 연 매출 500억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은 마케팅비용 반영률이 기존 0.55%에서 0.8%로 0.25%포인트(p) 올랐다. 카드사 마케팅 활동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는 대형 가맹점은 수수료를 더 내라는 의미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18조의34항1호는 대형가맹점이 신용카드업자에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그간 이 법령이 적용된 사례는 없다. 금융당국이 자율적인 협상에 개입한다는 ‘관치’ 논란을 낳을 수 있고, ‘부당한 수수료율’ 수준을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 탓이다.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 적격비용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명백한 여전법 위반이지만, 마진률을 조정하는 수준의 협상에 당국이 개입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많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 취지 자체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기반한 협상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적정한 마진을 당국이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협상 과정에서 갑질이 있었는지, 이에 대해 법리를 어떻게 적용할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아직 현장점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고, 카드사와 가맹점 간 협상이 끝난 후에 하게 될 것”이라며 “지난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 행태와 비교하면서 살필 수 있고, 그간 자연스럽게 넘긴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불거진다.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그 대상자 확대를 위해 지난해말 내놓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은 과도한 시장가격 개입 논란을 낳았다.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간 수수료 분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카드 수수료 분쟁의 시작점”이라며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압박한 뒤 대형사와 분쟁에는 나몰라라 하는 식이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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