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서 같은 아파트 대형평수가 중소형보다 오히려 공시가격이 낮은 사례가 나오는 등 주먹구구로 가격이 산정됐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같은 동네에서 시세와 공시가격이 서로 엇갈리거나, 지난해 거래가 전혀 없었는데도 공시가격만 급등한 곳도 속출했다. ‘실제 시세를 반영해 형평성을 높이겠다’고 공언해온 정부가 오히려 시장 상황과 다른 ‘깜깜이 공시가격’을 내놓으면서 혼란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문배동 용산아크로타워의 31층 전용면적 84.97m²(공급면적 103m²)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6억8500만 원. 같은 아파트 같은 동의 14층 전용 126.3m²(공급 153m²)는 이보다 500만 원 낮은 6억8000만 원이다. 지난해 공시가격은 각각 5억1600만 원과 5억8800만 원으로 중대형이 비쌌지만 올해 역전된 것이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 아파트의 주택유형별 평균 시세는 전용 84.97m²가 8억5000만 원, 126.3m²가 10억5900만 원으로, 대형이 2억900만 원가량 더 비쌌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3.3m²당 가격은 중소형이 더 높을 순 있어도 절대가격은 대형이 비싼 것이 당연한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층별, 호별 격차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은데 검토해 보겠다”며 “제기된 의견 등을 반영해 보통 4월 말 확정 공시 때 전체 주택의 25∼30%가량은 가격이 조정된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의 비슷한 아파트들 사이에서도 공시가격 엇갈림 현상이 발견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의 아름마을 삼호아파트 전용 84.84m²의 올해 공시가격은 5억8000만 원이다. 같은 동 이매촌 한신아파트 전용 84.9m²의 5억4900만 원보다 3000만 원가량 높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실거래가는 삼호가 7억7000만 원으로 한신(8억800만 원)보다 오히려 낮았다.
실제 거래가 없어 가격을 정확하게 산정하기 힘든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경우도 있다. 지난해 실제 거래가 없었던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 1차 전용 59.95m²는 올해 공시가격이 6억2600만 원으로 작년(5억900만 원)보다 23.0% 올랐다. 서울 용산구 벽산메가트리움 전용 116.28m²도 지난해 1월 이후 거래가 끊겼지만 올해 공시가격은 6억3700만 원으로 지난해(5억3300만 원)보다 19.5% 올랐다.
이해하기 어려운 공시가격 사례가 다수 확인되면서 온라인에서는 같은 단지 입주민끼리 단체로 이의신청을 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최종이 아닌 의견 청취안으로 다음 달 4일까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정 시점의 실거래 가격뿐만 아니라 유사 평형이나 단지의 거래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의견 청취를 통해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애초에 특정 지역이나 고가 아파트를 정해 놓고 세금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산정하다 보니 생긴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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