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윤모 씨(40)는 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시세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직장 동료로부터 “부동산 하락기라 재건축 단지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 윤 씨는 “결혼 이후 줄곧 경기 성남시에 살며 서울로 출퇴근했는데 이 기회에 서울로 ‘입성’할까 고민 중”이라며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문턱이 높아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값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하락하면서 윤 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하락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좀 더 시간을 두고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나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 서울 재건축 19주 연속 하락…강동구 낙폭이 가장 커
1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지난주 0.22% 떨어지면서 19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0.06%)와 비교하면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이 더욱 크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은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한 지난해 9·13부동산대책 이후 본격화됐다.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을 6개월 전 9·13대책 직후인 지난해 9월 14일과 비교해 보면 전체 아파트는 1.99% 올랐다. 반면 150여 개 재건축 단지의 시세는 1.43% 내렸다. 지역별로는 대단위 재건축이 예정된 강동구(―3.69%),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비싼 강남구(―3.04%) 등이 3% 넘게 떨어졌다.
개별 단지로 보면 반년 동안 집값이 10% 넘게 빠진 단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전용면적 35.64m²)는 지난해 9월 16억5500만 원에서 15일 기준 13억7000만 원으로 17.2% 떨어졌다.
같은 개포동 주공고층7단지(전용 53.46m²)도 같은 기간 15억 원에서 12억2500만 원으로 2억7500만 원(―18.35%) 하락했다. 송파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 역시 전용 76.49m² 시세가 19억500만 원에서 16억8000만 원으로 11.8% 빠졌다. 부동산114 측은 “최근 매수 문의가 끊기면서 아파트 가격이 재건축 단지 위주로 하락하는 상황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장기 투자 아니면 당분간 관망 유리”
통상 재건축 아파트는 실수요자보다는 주택을 구매해 이익을 보려는 투자 수요가 많다. 하지만 초과이익환수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재개발·재건축 규제와 9·13대책 이후 강화된 대출 규제 등이 재건축 아파트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서울시가 재건축 등 민간 정비 사업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내용의 ‘도시·건축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서울 재건축 단지의 가격 하락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지난해부터 투자 심리를 억누르는 조치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가격 조정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반드시 서울의 새 아파트를 사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리스크가 작지 않은 투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양지영 부동산R&C연구소장 역시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영향으로 재건축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단지별 사업 추진 정도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매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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