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방패 돼준 日정부, 열달 뒷짐 진 한국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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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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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640억원 과징금… ‘EU 신데이터법’ 공포
日, EU와 규제 제외 국가간 합의… 산업부 “행안부 주무” 책임 넘겨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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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체 A사는 1월 유럽에서 열린 국제행사에 참가한 뒤 자사 대표의 동정을 담은 자료를 돌리다 낭패를 봤다. 행사 사무국이 사진 속 유럽 기업인들 이름을 모두 지우라고 강하게 요구한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데이터법이 유럽연합(EU)에서 시행되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엄격한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EU가 지난해 5월부터 시행 중인 개인정보보호법(신데이터법)이 한국 기업에 돌발변수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연일 수출 지원을 강조하는 정부는 손을 놓고 있어 기업들이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중견 바이오업체 B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한 법무법인에 1억 원을 주고 신데이터법과 관련해 자문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 사업을 시작했는데 정부에서 조언받을 게 없어 급한 마음에 1억 원을 주고 민간 컨설팅을 받았다”고 했다.

신데이터법은 기업이 EU 거주자의 이름, 성별, 주소, 인터넷 검색 기록 등 개인정보를 EU 밖으로 유출하거나 동의 없이 사용하면 2000만 유로(약 260억 원) 또는 해당 기업 전 세계 매출의 4% 중 많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물리는 규제다. 역대 최강 개인정보 통제방안으로 불린다. 1월 구글이 최초로 과징금 5000만 유로(약 640억 원)를 부과받았고, 이달 들어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도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문제는 한국 기업의 유럽 법인이나 지사가 유럽에서 영업활동을 하다 얻은 고객정보를 본사와 공유하는 것조차 금지된다는 것. 재계 관계자는 “TV 한 대를 팔아도 애프터서비스(AS) 등을 위해 고객정보를 갖고 있게 된다”며 “본사에서 이런 정보가 없으면 마케팅 전략을 짤 때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대기업은 전담조직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비용 문제와 노하우 부족 등으로 난감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1월 이미 신데이터법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국가 간 합의인 ‘적정성 평가’를 끝냈다. 국가 자체의 개인정보보호 수준을 검증받은 것이다. 반면 수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은 행정안전부가 주무 부처”라며 책임을 돌렸다. 앞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일본 등은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 해외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한 바 있다. 통상전문가인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구호성 대책에 집중하지 말고 기업이 진짜 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이새샘 /신동진 기자
#eu 신데이터법#개인정보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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