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부결 후 11일…대책없이 표류하는 ‘르노삼성호’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9일 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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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노조 요구 수용하면 공장 생산성 20% 떨어져"
노조 "회사가 미래 생산 물량 대한 외주화 추진" 주장
지난달 판매 전년 동기比 26.7% 감소..."상황만 더 악화"

프랑스 르노그룹이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르노삼성자동차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지난 8일 진행됐지만 노사는 결국 별다른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으면 오는 9월 이후 위탁생산계약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 배정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 8일 임단협 이후 11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확고한 입장 차이로 합의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판매 실적 부진 등 현재 르노삼성차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후속 물량 배정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노사는 별다른 대화 자리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노사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서로가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을 협상테이블에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생산격려금 350%, 초과이익분배금 300만원 등 최대 약 17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기본급 10만667원 인상과 특별격려금 300만원, 2교대 수당 인상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협상 막바지에 추가 인원 200명 투입이나 생산 라인 속도 하향 조절, 전환 배치와 외주화 관련 등에 대한 합의 전환 요청을 추가로 요구 내용에 포함했다.

사측은 노조가 제시한 내용을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가 인원 투입이나 생산 라인 속도 하향 조절 등은 기본급 인상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르노공장의 장점 중 한 가지였던 생산 경쟁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단순 노동 강도 개선이라면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갈 수 있는데 인력 추가 투입 등 노조가 제시한 내용은 공장의 생산성을 지금보다 20% 가량 떨어지게 하는 요구안들 뿐”이라며 “부산공장에 근무하는 2300여명 중 생산라인 근무자는 1800여명 정도인데 200명을 충원하라는 것은 10% 생산성을 떨어트리라는 것과 같고, 시간당 생산대수 역시 현재 60대에서 55대로 낮추라는 것은 추가 10%의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에서도 생산 설비 자동화 등을 위해 450억을 투자하고, 부산공장은 자동화 설비가 잘 갖춰진 공장 중 하나로 일본에서도 벤치마킹을 할 정도”라며 “현재 노조가 들고나온 요구안을 사측이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대화를 통해서 풀어나갈 의지는 있지만 사측에서 별다른 대화의 장을 만들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마지막 결렬 당시에도 노조위원장의 발언은 ‘우리는 항상 대화의 창이 열려있다’였다”면서도 “인원 200명 충원이나 외주화 합의 전환 등의 내용은 미래 물량 배정이 이뤄져도 사측에서 전부 외주화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요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앞선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미래 물량에 대한 외주화를 추진하겠다고 사측이 단정적으로 이야기 한 적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내수·수출 포함 1만1721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7% 감소한 수치다.

내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수출은 36.1% 줄었다. 임단협으로 인한 노조 파업에 판매 비수기 요인이 겹치면서 판매가 감소했다는 것이 르노삼성차의 설명이다.

르노그룹의 제조·공급 총괄을 담당하는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지난달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을 직접 방문해 생산현장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모조스 부회장은 “일자리는 파업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였을 때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며 르노삼성차 노사의 빠른 임단협 타결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본사의 경고에도 르노삼성차 노사는 망망대해에서 대책없이 표류하고 있는 모양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마지막 임단협 부결 관련 내용도 본사에 보고는 들어가 있지만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온 피드백은 아직까지 없다”며 “8일 열린 임단협에서 합의가 됐으면 물량 배정도 높은 확률로 진행됐을텐데, 지금처럼 임단협이 지연되면 상황은 더 악화되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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