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 발표
서울, 매매가격 높고 수요 있어 전세시장 안정적
지방 '깡통전세' 우려도…"임대인 위한 대출 필요해"
“강남3구 전세가격은 10% 정도 빠졌습니다. 1억 정도 빠진 셈인데 그거 갖고는 집주인이 안 흔들리죠. 감당 가능한 사람들이 많고, 또 외곽에서 강남쪽 전셋집을 구하려는 수요는 꾸준히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소 대표)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지역별 양극화가 뚜렷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전세시장이 안정돼 있다는 평가지만 지방은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거래된 아파트중 전세가격이 2년전보다 하락한 비중은 52%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비중이 20.7%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39.2%에 이어 올해초 절반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에따라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한은은 임대가구의 재무건전성이 대체로 양호한 점을 고려하면 리스크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고소득(4~5분위) 임대가구 비중이 지난해 3월 기준 64.1%를 차지했다.
실제로 강남3구의 경우 전세수요가 줄어들며 전세가가 빠지고 전세시장이 위축된건 맞지만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거나 집주인이 ‘깡통주택’을 우려할 만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역삼동 B공인중개소 대표는 “24평의 경우 매매가가 13억2000만원인데 전세가는 7억5000만원이라 갭 차이가 5억이나 된다”며 “전세 1억 떨어진다고 해서 집을 포기하거나 그렇진 않고 1억 정도는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집주인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두세달 잠겨있는 물건들이 있어 세입자를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집주인들이 있다”며 “2년전 가격보다 좀 떨어진 상태에서도 내놓다보니 갭을 주인이 메워야하는 등의 어려움은 있지만 약간의 불편을 겪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갭투자가 많았던 지역인 노원 전세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노원구 상계동 C공인중개소 대표는 “소형평수라서 신혼부부가 많이 오기 때문에 세입자 구하는 게 괜찮은 상황”이라며 “갭투자자가 거래를 많이 해 놓은 지역이긴 하지만 그 때 전세로 살던 사람들은 거의 그대로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역전세난’은 여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전세가격이 하락한 아파트 비중이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격 하락폭도 큰 지방이다.
지방의 전세가격 하락 아파트 비중은 2017년 35.8%에서 지난해 50.8%, 올해 1~2월 60.3%까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의 역전세 비중은 4.1%→10.0%→16.7%→28.1%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세가격은 지난해 경남(-0.40%), 울산(-0.78%) 등 주력산업이 침체된 지역이 큰 폭으로 내렸다.
심지어 전세가격과 동시에 매매가격도 떨어지고 있어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지역 전세가격 하락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만일 문제가 된다면 매매가격이 워낙 높기 때문에 급매를 내놓고 팔 수 있다”며 “문제는 지역 경제가 침체돼서 매매가격도 크게 떨어진 지방”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지방의 경우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처를 해야 한다”며 “세입자를 위한 대책은 있는데 임대인을 위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도록 대출해주는 제도가 일시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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