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퓨처스랩’ 5기 모집 면접, 스타트업 400곳 대표들 몰려
사업 설명하며 은행 투자 구애
“금융사 손 잡으면 날개 다는데 너무 보수적인 투자 아쉬워”
“구글은 인간의 감성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구글과 경쟁해 이길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신한퓨처스랩’ 5기 모집에 신청한 이은영 유니크굿컴퍼니 대표는 “구글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당당하게 말했다. 이 대표가 발표한 서비스는 ‘헬렌’이다. 헬렌은 외국인이 말하는 영상에 더빙을 입히는 서비스로 지난해 10월 완성됐다. 이 대표는 면접을 마치고 나오자 아직 긴장이 덜 풀렸는지 다리에 힘이 풀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들은 대기업과의 협업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면접에 참여한 염승헌 거북선컴퍼니 대표는 거래 규모만 연간 20조 원인 동대문시장 전용으로 개인사업자 대출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염 대표는 “자체적으로 별도의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며 “은행과의 협업도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답했다.
이달 3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퓨처스랩 5기 면접 장소에는 400여 개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여들었다. 신한퓨처스랩은 신한금융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협업 프로그램이다. 2015년 1기가 출범한 이래 60여 개 스타트업에 총 83억 원이 투자됐다.
이날 면접을 거쳐 50곳 이상의 회사가 5기 회원사로 선정된다. 대표들에게 주어진 발표시간은 10분. 회사의 사업 모델과 수익성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모자란 시간이었다. 발표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났다는 알람이 울려댔다. 이번 심사에 면접관으로 참여한 이승명 고팍스 부대표는 “은행과 협업을 하면 나중에 투자 유치를 받을 때 상당히 유리하다”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의 스타트업 지원은 2014∼2015년경부터 시작됐다. 당시는 ‘핀테크’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던 때라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인식이나 관심이 지금보다 덜한 편이었다. 하지만 사업이 어느 정도 무르익은 요즘은 이 같은 협업이 금융사에도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KB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말까지 200개에 가까운 스타트업을 선발해 총 430억 원을 지원했다. 정환희 신한금융 디지털전략 팀장은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가 금융사 영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단계에 올랐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의 지원 규모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지만 핀테크 업체들이 체감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다. 핀테크 업체들은 각 금융사의 지원 프로그램에 선발되더라도 실제 투자금을 받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금융회사 특유의 보수적인 조직 문화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이 너무 길고 결정이 수시로 번복되는 경우도 있다.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시중은행장 앞에서 직접 사업설명도 하고 은행 실무자들과 여러 번 미팅까지 했는데 결국엔 투자 유치가 물거품이 된 적도 있다”며 “모든 벤처 투자가 쉽게 성사될 수는 없지만 금융회사 투자는 스타트업이 인내하기에는 너무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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