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네이버쇼핑과 쿠팡에서 각각 ‘아기 도시락’을 검색했다. 네이버쇼핑(왼쪽 사진)에선 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가 우선으로 뜨면서
네이버페이를 사용하면 포인트가 적립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쿠팡에선 ‘어린이집’ 등 연관 검색어를 보여주면서 기존 공급가에 비해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다. 스마트폰 화면 캡처
“이제 저희 안에선 네이버의 라이벌은 쿠팡이란 말이 나오죠.”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네이버 관계자가 최근 한 말이다. 거대 포털이면서도 동시에 아직까지 검색광고 외엔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네이버의 다음 행보가 점쳐지는 말이다. 네이버가 소위 ‘돈이 되는’ 다음 타깃으로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의 2강(强)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쿠팡의 전략은 다르다. 전자상거래 업계에선 글로벌 2강인 알리바바와 아마존을 두 업체와 비유한다. 알리바바는 검색 포털을 기반으로 판매자 위주의 풀(pool)을 구축하고 이를 확대하는 데 주력한다. 자체 결제 시스템(알리페이)과 수수료 절감, 전략적 제휴 등으로 판매자를 최대한 많이 입점시켜 관리하려고 한다. 반면 아마존은 철저히 소비자 중심 전략을 편다. 초기 비용이 대거 투입되더라도 소비자 수요에 따라 직접 인기 제품을 직매입해 판매하고 물류 배송 서비스에까지 직접 뛰어든다.
네이버는 결국 알리바바 모델을 따를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포털이라는 기반을 갖고 있는 만큼 그 안으로 여기저기 분산돼 있는 판매자들을 끌어오는 쪽이 더 쉬운 길인 셈이다. ‘대기업의 오픈마켓 흡수’라는 눈길을 피하려면 판매자 생태계를 조성하며 연착륙할 필요도 있다.
이에 네이버는 자체 소상공인 판로인 스마트스토어를 만들어 쇼핑검색에 우선 노출시키고 입점업체의 결제 수수료를 2%대로 낮추는 등 판매자와 공존한다는 취지다. 여기에 네이버의 강점인 포털 검색 유입과 간편결제 시스템 ‘네이버페이’ 결제 시 적립 유인을 얹었다. 사실상 G마켓, 11번가 등 기존 오픈마켓과 개인 온라인몰로 분산된 판로를 네이버로 통일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포털 검색이라는 막강한 무기가 있기 때문에 당초 e커머스만 겨냥해 사업을 시작한 곳들로선 블랙홀처럼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네이버의 알리바바 모델과 달리 쿠팡의 경우 유통, 물류, 판매를 전담하는 아마존의 ‘제국’ 모델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일반 입점 판매자가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4∼11%대로 네이버쇼핑에 비해 높다. 반면 초기 자금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자체 판매, 물류, 배송 시스템인 쿠팡맨 체제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자체 상품의 로켓배송에 이어 신선식품 새벽배송에도 나섰다.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올해 물류센터를 2배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향후 글로벌 및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어떤 모델이 승리할지 업계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에는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 업체들이 다수 공존하고 있지만 향후 4, 5년간 e커머스 시장에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 본다. 네이버의 경우 검색 기반이 있지만 물류 측면에서 아쉽고, 쿠팡은 물류가 받쳐주고 있지만 다양한 상품군을 구성하는 큐레이션 능력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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