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 9월까지 이미 확보한 일본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위탁 생산 물량 중 25%가량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닛산이 노사 갈등 장기화를 이유로 9월 이후 후속 차량의 물량 배정이 불투명해진 것은 물론이고 올해 부산공장의 로그 생산량까지 조정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26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닛산은 전날 “부산공장에서 올해 생산하기로 했던 로그 물량 일부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연평균 10만 대를 생산해 왔지만 계약 맺을 때 최소 확보 물량을 6만 대로 정했기 때문에 닛산이 이 조건 안에서 의견을 내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닛산과 2014년 로그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한 뒤 부산공장에서 연평균 10만 대를 만들었다. 최소 생산 물량은 6만 대였지만 닛산이 부산공장의 생산 효율성을 높게 평가해 더 많은 물량을 맡겼다. 실제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지난해 생산 물량 21만5680대 중 로그의 비중은 49.7%(10만7251대)에 이른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52차례에 걸쳐 210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르노삼성 사측 자체 추산에 따르면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물량은 1만2020대, 손실액은 2352억 원 규모다. 닛산과 르노삼성이 맺은 로그 위탁 생산 계약은 9월이면 종료된다.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과정에서 기본급 인상과 인력 추가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르노삼성 노사는 27일 21차 본협상을 열 예정이다. 마지막 임단협 본협상이 열린 8일 이후 19일 만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올해 로그 위탁 생산 물량이 6만 대로 줄고, 노조의 부분 파업 영향으로 올 1, 2월 누적 생산량도 전년 대비 1만2000여 대가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연간 출고량은 16만 대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소 20만 대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르노삼성의 인력 구조조정이나 부산 지역 협력업체의 줄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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