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염수에서 리튬을 뽑아내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등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 가지 리튬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2030년까지 세계 각국의 휴대전화나 전기자동차, 로봇 등에 쓰이는 배터리 원료 시장의 20%를 점유해 17조 원 규모의 사업으로 키워간다는 야심에 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철강 외에 배터리 시장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포스코의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리튬 등 2차 전지 원료와 관련된 소재종합연구센터를 설립해 고객 맞춤형 제품 개발로 시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2차 전지와 ‘하얀 석유’ 리튬
리튬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하얀 석유’로 불리고 있다. 소금과 일부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는 리튬이 하얀 석유로 불리는 이유는 뭘까. 1차 전지는 시계나 리모컨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다. 1차 전지로 대표되는 건전지는 한번 사용하면 다시 쓸 수 없다. 반면 2차 전지는 충전해 다시 쓸 수 있다. 대표적인 2차 전지는 휴대전화나 노트북, 전기자동차, 전동공구 등의 배터리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도 2차 전지다. 2차 전지는 1차 전지와 달리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어서 쓰임새가 늘고 있다.
2차 전지는 플러스(+)극인 양극과 마이너스(―)극인 음극, 전해질, 분리막으로 이뤄져 있다. 양극을 이루는 재료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비철금속이다. 음극을 이루는 대표적인 재료는 흑연이다. 전해질은 양극과 음극을 오가는 황산계 액체물질이다.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분리막에는 폴리에틸렌, 즉 비닐이 쓰인다.
양극재에 속하는 리튬은 금속 중 가장 가벼운 알칼리 금속에 속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에서 세 번째로 가볍다. 이런 특성으로 리튬은 2차 전지에서 양극과 음극을 오간다. 이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는 현재 사용되는 배터리 중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리튬이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떠오른 2차 전지에서 필수 소재로 거론되는 이유다.
율촌산업단지, 2차 전지 양극재 산실로
포스코는 2차 전지 재료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 17만m²에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공장은 2022년까지 리튬, 니켈 등 연간 양극재 5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포스코케미칼은 또 경북 구미공장에서 연간 1만2000t의 양극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총 생산능력은 6만2000t으로, 전기차 100만 대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포스코 관계자는 “양극재는 2차 전지 소재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원료”라고 말했다.
율촌산업단지에 양극재 공장이 들어선 것은 천혜의 항만인 광양항이 있기 때문이다. 광양항은 남반구에 있는 호주나 중남미에 수입되는 리튬 등 각종 양극재 원료의 운송거리를 줄여주는 지리적 장점이 있다. 특히 율촌산업단지 인근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있어 집적화가 가능하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한다. 음극재는 북한이나 중국에서 나오는 흑연을 주로 쓴다.
포스코케미칼은 앞으로 코크스에서 나오는 인조흑연을 음극재로 쓰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인조흑연은 배터리 수명을 늘릴 수 있어 부가가치가 높다. 포스코케미칼은 2021년까지 세종시 공장에서 연간 7만4000t의 음극재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는 30kw급 전기차 270만 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다.
리튬 원료 공급 다변화
포스코는 지난해 8월 호주 갤럭시리소스사의 아르헨티나 리튬 소금물 호수를 3120억 원에 인수했다. 리튬 염호는 서울시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7500ha규모다. 이 호수에는 20년간 해마다 2만5000t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바닷물이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2월 호주 필버라미네럴스사로부터 연간 리튬 3만 t을 생산할 수 있는 리튬 정광(精鑛) 구매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는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신기술도 개발했다. 철강을 제련하는 숙련된 기술은 정광 속 리튬을 효과적으로 추출할 수 있다. 폐전지에서 리튬을 추줄하는 기술도 함께 개발했다. 포스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 가지 추출 기술을 보유해 원료수급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했다.
맞춤형 배터리 원료 공급
친환경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배터리 원료인 리튬 수급이 주목받고 있다. 대중화되고 있는 전기차의 고용량 배터리 개발을 위해서는 핵심 소재인 원료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 포스코경영연구원은 ‘2025년 리튬 수급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세계 리튬 총수요를 70만7717t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7년 24만7742t에 비해 2.8배로 증가하는 것이다.
세계 상위 10개 배터리 기업에 포함되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생산 안정화를 위해 원료 확보에 신경을 쓰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배터리를 반도체와 같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배터리 기업이 요청하는 맞춤형 원료를 공급할 예정이다. 맞춤형 배터리 원료 공급은 양극재를 구성하는 비철금속의 가격과 공급량에 따라 비율을 조정하거나 기능을 고려해 제조하는 방식이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기업은 물론이로 중국, 미국 등 해외로도 배터리 원료를 수출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로 배터리 원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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